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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水葬)에 관하여...

by 해찬솔의 신학 2011. 5. 4.

 

 

 

 

                                           수장(水葬)에 대하여

                                                                                                                                                                                                                 김한영 목사

 

스님들은 산길을 가다 무성하게 자란 율무를 보면 걸음을 멈춘다. 합장하고서 반야심경을 읇는다. 율무는 염주로 깎아 목에 걸고 다니다 땅에 떨어져도 60-70년 뒤까지 싹이 튼다고 한다. 어는 불자(佛子)가 길에 쓰러져 시신이 썩고, 걸고 있던 율무가 자란다. 스님들은 거기서 한 삶이 흙에 남긴 흔적을 본다. 15세기 조선시대 스님 기화(己和)가 썼다. '사람의 죽은 몸을 물속에 버리거나 한데 두는 것은 정이 박한 것이요, 땅에 묻는것은 후한것이다.

17-18세기 프랑스 군함들은 항해하다 수병이 죽으면 항구로 갈 때까지 시신을 선창에 보관했다. 영국 군함은 시신이 썩지 않도록 럼주에 넣어 뒀다. 죽은 이가 흙에서 안식을 찾으리라는 믿음에서다. "너는 흙에서 난 몸, 흙으로 돌아가기까지....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가리라"(구약 창세기). 동양에서 사람의 죽음을 귀토(歸土)라 불렀던 것과 다르지 않다.

현대에도 시신을 정 후송할 수 없을 경우엔 선장 판단에 따라 수장(水葬)하도록 돼 있긴 하다. 우리 선원법 17조도 "선장은 항해 중 선박 안에 있는 자가 사망한 때 국토해양부령에 의해 수장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율법이 까다로운 이슬람도 마찬가지다. 바다에서 죽은 사람의 시신이 부패하기 전에 뭍으로 돌아올 수 없으면 무거운 추를 달아 빠뜨린다.

그건 예외일뿐 이슬람은 죽은자를 땅에 묻어 영혼이 살 공간을 마련 하라고 가르친다. 이슬람에서 죽음은 이승과 저승 사이의 매듭이자, 새롭고 영원한 삶으로 건너가는 다리이다. 사람이 죽으면 얼굴을 메카로 향하게 한다. 발록을 묶고 두 손을 가슴 위에 놓은 뒤 염(殮)한다. 간단하되 엄숙한 예의를 갗춰 상을 치르고 하루 안에 관없이 묻는다. 내세(來世)에서 영혼과 함께 육신도 부활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미국이 "빈 라덴"의 시신을 아라비아해에 수장한 것을 두고 이슬람권이 들끓고 있다고 한다. 믹국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수장했다지만 "빈 라덴"이 내륙 파키스탄에서 죽었기에 수장 자체가 율법에 어긋나는게 사실이다. 미국은 "빈 라덴"의 시신을 받아 줄 나라를 찾기 힘들고 그의 무덤이 테러리스트의 성지(聖地)가 되는 것도 원치 않았다고 했다. 아랍 속담에 "죽음을 막아낼 성채는 없다"고 했다. 깊은 바다를 떠돌 "빈 라덴"의 영혼이 세계 질서를 어떤 쪽으로 몰아갈지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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