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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남편

by 해찬솔의 신학 2011. 4. 20.

 

 

 

                                     미운 남편

                                                                                                                                                                                                                 

 

                                                                                                                                                                                                                    김한영 목사

 

 

'낱말을 설명해 맞히는 TV 노인 프로그램에서 천생연분을 설명해야 하는 할아버지/ 여보, 우리 같은 사이를 뭐라고 하지?/ 웬수/ 당황한 할아버지 손가락 넷을 펴 보이며/ 아니, 네글자/ 평생웬수....'(황성희 부부). 일본 에히메(愛媛)현 의학팀이 7년동안 노인 3천명을 추적 조사했다. 남편과 한께 사는 아내의 사망률이 홀로 사는 경우보다 두 배나 높았다. 반면 남자는 아내가 없으면 사망률이 50%높았다.

"어떤 여자가 좋은 남편을 갖고 있는지는 그 여자 얼굴을 보면 잘 알 수 있다"(괴테). 미국엔 남편의 감정적인 말투가 아내의 건강을 해친다는 의학 보고서도 나와 있다. "부부 대화 방식이 흡연이나 콜레스테롤 처럼 심장질환을 부른다. 남편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아내의 심장병 위험을 줄여준다." 초서 '캔터베리 이야기'엔 '연애할 땐 농노(農奴), 결혼하면 영주(領主)'라는 대목이 있다. 남편들 행태는 동서고금 가리지 않고 비슷한 모양이다.

우리 속담에 "달 밝은 밤이 흐린 낮만 못하다"거나 "곯아도 젓국이 좋고 늙어도 영감이 좋다"고 했다. 자식이 아무리 효자라도 속 썩이는 남편만 못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아내의 인내에도 바닥이 있다. 여자는 나이 들면서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 분비가 줄어든다. 인내심과 여성성(性)이 약해져 공격적으로 바뀐다. 고집 세고 가부장적인 남편을 젊었을 때 처럼 참아내지 못한다.

미국 법무부가 부부간 살인사건 330건을 분석했다. 이 중 아내가 남편을 살해한 사건의 44%가 "남편이 살인을 부른 책임이 있다"는 정상 참작을 받았다. 남편의 폭력이나 위협에 아내가 맞섰다고 보는 판결이다. 남편의 아내 살해 사건에선 이 비율이 10%밖에 안 됐다. 평균 형량도 남편은 16년 반, 아내는 6년이었다. 미국에선 아내들이 6시간에 한 명씩 남편의 폭력에 희생된다.

우리도 남편의 손찌검을 견디다 못한 아내가 마지막 돌파구로 살인을 택하는 비극이 끊이지 않는다. 엊그제 쉰여덟 아내가 남편을 살해한 뒤 목숨을 끊었다.

"아들아 미안하다. 이렇게까지 하려고 하지 않았다"는 유서를 남겼다. 아직 정확한 경위가 밝혀지진 않았지만 경찰은 오랜 가정폭력이 빚은 사건으로 보고 있다. 우리 사회가 아직도 가정폭력을 내밀한 가정사로만 여기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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