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의 비경
울릉도의 첫인상은 신비(神秘)였다. 터미널을 빠져나오자마자 보이는 바위부터 그랬다. 꼭대기에 난 향나무 한 그루는 이상한 모습으로 꼬부라져 있고, 나무를 감싼 바위는 기괴하리만큼 우둘투둘했다.
사실 여행객에게 신비로움만큼 기분좋은 감정은 없다. 무미건조하게 반복되는 일상에서 해방될 수 있다면 그곳이 여행지다. 신비로운 형상의 기암괴석과 자생식물, 해안절벽 등을 감상할 수 있는 울릉도가 여행객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다.
여객터미널이 있는 울릉도 도동항 전경
■ 기암괴석을 두고 벌이는 '숨은그림찾기'= 패키지로 울릉도 여행을 떠난 이들이라면 대개 첫날은 '돌'을 보러 간다. 다른 지역도 그렇지만 울릉도 지역은 특히 유래있는 암석이 많다. 사자바위, 코끼리바위, 거북바위 등 특정 동물의 모습과 흡사한 돌들이다. 하지만 정작 그 앞에 서면 어디가 닮은건지 알아내기 쉽지 않다. 한참동안 '숨은 그림 찾기
'를 해야 한다.
울릉도의 돌들은 하나같이 단순하지 않다. 구멍이 이리 뚫리고 저리 뚫리고… 종잡을 수 없는 모양이다. 섬사람들의 상상력은 이 기묘한 모양 사이에 똬리를 틀어 온갖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선녀가 내려왔다 돌이 됐다는 이야기, 왕자가 용왕의 딸과 사랑하다 돌이 됐다는 이야기 등이 그것이다. 심지어는 한 바위에도 여러 이야기가 존재한다.
개중에는 울릉도의 역사가 얽힌 바위들도 있다. 사자바위와 투구봉에는 우산국의 마지막 왕인 우해왕과 관련한 전설이 전해지고, 나팔봉에는 신라가 우산국을 정벌하러 갔을 때 나팔이 울렸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전래동화같은 이야기를 들으며 기암괴석을 감상하면 마음은 어느새 동심으로 돌아간다.
울릉 거북바위, 바위의 바깥쪽 중간부분(붉은색 원)을 자세히보면 절벽에 매달린 거북 형태를 발견할 수 있다
삼선암. 용왕의 딸과 결혼한 왕자의 전설, 지상에 놀러온 세 선녀의 전설 등이 전해내려 온다
울릉도와 인근 관음도를 이어주는 연도교의 모습
■'상남자' 같은 길, 행남 산책로 =제주에 올레길이 있다면 울릉도에는 행남산책로가 있다. '올레'처럼 멋진 이름은 아니지만 비경은 뒤지지 않다. 태고의 화산 암벽을 따라 자연동굴과 인공교량이 멋지게 어우러졌다.
제주 올레가 잘 정돈된 우아한 풍광을 자랑한다면 이곳은 날 것 그대로의 자연이다. 시커멓고 거친 화산암
절벽이 몇번이고 산책로를 비집고 들어온다. 발아래엔 파도가 푸른 용암처럼 요동친다. 어떤 코스에선 아무 생각없이 지나다 물벼락을 맞을 수도 있다. 손님이라고 사정 봐주지 않는, '상남자'같은 길이다.
행남산책로는 도동여객터미널에서 행남등대, 저동 촛대바위까지 이어지는 긴 코스로 이뤄져있다. 행남등대까지만 갔다오면 2시간, 모두를 주파하면 4시간이 걸린다. 산책로 중간에는 57m높이의 원형계단이 있는데 잠시만 올라도 어지럽다. '노약자의 출입을 자제한다'는 안내문까지…. 역시 '상남자' 같은 산책로다.
울릉 행남산책로. 산책로 중간의 원형계단에 오르면 시원하게 펼쳐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화산암 절벽을 따라 조성된 행남산책로의 한 코스
행남산책로를 걷다보면 울릉도 특유의 자연환경과 거칠게 부서지는 파도의 장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 박용하 기자■ 중국음식집도 '독도는 우리 땅' =울릉도는 행정구역상 독도가 소속된 곳이며 독도로 들어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곳이다. 그래서 시내 이곳저곳에선 주민들의 남다른 '독도 사랑'을 엿볼 수 있다. 한 중국음식점은 상호를 '독도'라 지은 뒤 태극기를 꽂고 영업하고 있다.
독도박물관도 있다. 도동여객터미널에서 오르막길을 따라 15분. 도동약수공원 내부에 있다. 박물관에는 우리나라와 일본, 러시아에서 간행된 영토 및 영해 관련 자료가 전시돼 있다. '독도는 우리땅'임을 알리는 오래된 지도는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교재가 된다.
독도박물관 옆 케이블카
를 타고 3분 정도 오르면 독도전망대로 갈 수 있다. 이곳에는 삭도전망대와 해안전망대, 두 개의 전망대가 있다. 독도를 볼 수 있는 곳은 해안전망대다. 날씨가 좋은 날이라면 87.4㎞ 떨어진 독도를 육안으로 볼 수 있다.
이곳에선 12월과 1월에 걸쳐 독도 뒤에서 태양이 뜨는 특별한 일출도 감상할 수 있다. 그간 비슷한 일출 풍경에 식상했던 이들이라면 한 번 도전해 볼만하다.
가게 이름에 '독도'를 붙인 울릉도의 한 중국음식점
울릉도 독도박물관
독도전망대의 해안전망대. 맑은날 독도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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