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스틱은 하체 운동인 등산을 전신 운동으로 바꿔주고 안전사고를 예방해주는 산행 도구다. 김성기 코오롱등산학교 교육센터 팀장(오른쪽)이 등산 동호인들과 함께 북한산 자락을 걷고 있다. 신원건기자 laputa@donga.com 촬영협조=코오롱등산학교 |
하지만 아직도 자신의 체력을 과신해 스틱을 쓰지 않는 사람이 꽤 많다. 설사 스틱이 있다 해도 제대로 쓰는 방법을 몰라 그 효과를 100% 누리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8일 오전 기자가 찾아간 서울 강북구 우이동 북한산 둘레길에서도 그랬다. 한 70대 여성은 스틱의 끝부분을 덮어주는 고무마개를 빼지도 않은 채 미끄러운 눈길을 걷고 있었다. 50대로 보이는 부부는 스틱 2개를 사이좋게 하나씩 나눠 들고 산책 중이었다. 물론 이런 것들은 모두 정확한 사용법이 아니다.
봄이 가까워지면서 해빙기 등반사고의 위험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지금, 동아일보 금요섹션 'Let's'가 등산 스틱의 모든 것을 알아봤다.
먼저 이런 질문을 한번 던져 보자. "도대체 스틱을 쓰면 무엇이 좋은가?" 코오롱등산학교 교육센터의 김성기 팀장은 스틱 사용의 장점으로 크게 3가지를 꼽았다.
그 첫 번째는 안전이다. 스틱은 사람의 몸과 땅의 접점을 늘려 균형을 잡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다리가 2개일 때보다 4개일 때 더 안정감이 높아지지 않는가. 특히 스틱은 내리막길에서 미끄러지거나 굴러 떨어지는 사고를 막는 데 효과적이다.
두 번째는 무릎관절을 보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산을 내려올 때는 무릎관절에 체중의 3배 정도의 하중이 걸린다. 무릎이 감당해야 하는 충격 역시 커진다. 스틱은 체중의 3분의 1 정도를 상체가 지탱하게 해 주는데, 그 과정에서 무릎관절의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산을 내려올 때는 몸에 무리가 가는 것을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산을 올라갈 때 사람의 근육은 유산소운동을 한다. 이때 근육 안에 피로물질이 쌓이면 뇌가 운동을 멈추라는 명령을 내린다. 반면 산을 내려올 때는 근육 운동이 호흡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따라서 근육세포가 상처를 입어도 그 신호가 뇌에 잘 전달되지 않는다. 산행이 끝난 지 한참 뒤에 몸이 뻐근해지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좋은 효과가 있는 스틱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쓸 수 있을까.
김 팀장은 반드시 스틱 1쌍(2개)을 함께 쓸 것을 권했다. 1개만 쓸 경우 1쌍을 쓸 때보다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몸의 근육이 불균형하게 발달할 수 있다.
스트랩(손목에 거는 끈)을 제대로 이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스트랩 이용법이 잘못되면 애써 마련한 스틱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스트랩을 제대로 잡으려면 손을 스트랩의 아래에서 위로 넣은 후 엄지와 검지 사이에 끈이 걸리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스트랩이 체중을 지탱해 주며, 유사시에 스틱 이용자가 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스틱을 사용하기 전에는 우선 길이 조절부터 해야 한다. 스틱을 잡고 가만히 섰을 때 팔꿈치가 직각이 되도록 하는 게 기본이다. 오르막길에서는 스틱 길이를 조금 짧게, 내리막길에서는 조금 길게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오르막과 내리막에서는 꼭 스틱이 몸보다 먼저 움직이게 해야 한다. 그래야 균형을 유지할 수 있고, 사고의 가능성도 막을 수 있다. 평지나 완만한 경사지를 걸을 때 스틱을 몸 뒤쪽에서 움직여 주면 추진력과 보행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스틱의 아랫부분에 달려 있는 둥근 모양의 부품(바스켓)은 크기는 작지만 그 역할이 무척 중요하다. 바스켓은 스틱이 돌 사이에 끼여 사용자가 균형을 잃거나 스틱 끝부분이 흙 또는 눈 속으로 깊이 파고들지 않게 해 준다. 산행 시에는 언제나 사용해야 하며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철에는 평소보다 큰 것을 쓰는 게 좋다.
체중 많이 나가는 사람은 두랄루민 스틱을
현재 시판되는 스틱은 크게 재질과 스틱 마디의 고정 방식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 스틱을 만드는 주 재료로는 알루미늄 합금(두랄루민)과 카본, 알루카본(알루미늄 파이프에 카본을 씌운 것) 등이 있다. 대나무로 만든 제품도 있으나 구하기가 어렵고 가격이 무척 비싸다. 카본 제품은 가볍고 탄력이 좋지만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다. 알루미늄합금 제품은 그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상대적으로 내구성이 높지만 무겁고 탄성이 낮다. 알루카본은 카본과 알루미늄의 장점을 함께 취하기 위해 나온 재료다. 예전에는 스틱 몸통을 원형으로 만든 제품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타원형으로 만든 제품들도 나오고 있다.
오르막이나 내리막 길을 갈 때는 스틱이 몸보다 먼저 움직이게 해야 한다. |
손잡이의 소재도 다양하다. 손잡이는 고무와 EVA(스펀지와 비슷한 압축가공수지), 인조 코르크, 천연 코르크 재질 순으로 고급으로 친다. 대중적으로 많이 쓰이는 EVA는 맨손으로 잡았을 때 따뜻한 느낌을 주며 무게도 가볍다. 천연 코르크는 오래 쓰면 손 모양에 맞게 변형되어 자신만의 스틱을 만들어 준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땀에 절면 냄새가 날 수 있다. 때때로 항균탈취제를 뿌려주는 게 좋다.
이렇게 다양한 스틱 중 자신에게 맞는 것을 어떻게 골라야 할까.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직접 만져 보고 자신의 몸이나 취향에 맞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같은 무게의 제품이라도 무게중심에 따라 '체감 체중'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케이아웃도어닷컴 서울 동대문점의 김영근 매니저는 "스틱을 바닥에 짚어 봤을 때 흔들거림(유격)이 없고, 손에 쥐었을 때 편한 느낌이 들며, 스트랩 조절이 쉬운 것을 고르라"고 조언했다.
스틱을 가지고 평지를 걸을 때의 모습. |
스틱은 청소나 보관 방법에 따라 제품 수명이 달라진다. 그렇지만 등산 후의 피로 때문에 스틱 청소를 잘 하지 않거나 그냥 구석에 박아두는 사람이 상당수다. 이와 관련해 한 등산 동호인은 "샤워할 때 스틱을 분해해 몸과 함께 씻은 후 그늘에서 말리면 덜 번거롭다"며 자신의 노하우를 소개했다.
한편 스틱이 등산에 큰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맹신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마디로 '보조도구 중 하나'로 생각하라는 것이다. 스틱은 옆 방향에서 충격을 받을 경우 휘거나 부러질 수 있다. 또 오르막이나 경사지에서 스틱을 이용해 사람을 끌어올리면 큰 사고가 날 수 있다.
▼ 스틱의 안티쇼크 기능 ▼
등산용 스틱에는 안티쇼크(Anti-shock) 기능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다. 안티쇼크는 일종의 용수철 효과를 이용해 지면을 짚을 때 발생하는 충격을 완화해 준다. 손목에 가해지는 충격을 완화해 주는
장점이 있으나 지면의 상태를 그대로 느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번거로워하기도 한다. 결국 선택의 기준은 개인의 취향에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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