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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음식

장흥군의 표고버섯

by 해찬솔의 신학 2012. 5. 9.

 

 

                                           장흥 표고버섯

 

표고는 한국과 일본, 중국에서 흔히 먹는 버섯이다. 이들 지역에서 자생하는 표고도 있으나, 대부분 재배한 표고를 먹는다. 동남아시아와 뉴질랜드 등지에도 자생하는 표고가 있다. 표고는 상수리나무, 떡갈나무, 굴참나무, 갈참나무, 신갈나무, 졸참나무 따위의 참나무류와 밤나무, 자작나무, 오리나무 등의 죽은 나무에서 자란다. 살아 있는 나무에서는 나지 않는다. 한반도의 자연에서는 대체로 봄과 가을 두 차례 난다. 노지 원목 재배 표고는 지역에 따라 여름에도 나고, 실내 재배 표고는 온도만 맞추면 연중 생산이 가능하다.

 

 

 

옛말에 "일능이 이표고 삼송이"라 하였다. 능이와 송이는 예나 지금이나 자연의 것이지만, 표고는 사정이 그렇지 못하다. 재배 표고가 대부분이니 아쉽지만 이제는 "삼표고"라 하여야 할 것이다.

 

 

 

오랜 옛날부터 표고를 재배하였다

 

한반도에서는 예부터 표고, 능이, 송이를 맛있는 버섯으로 여겼다. 그 맛의 순서를 두고 일능이, 이표고, 삼송이라 하였다. 버섯은 균사가 땅이나 나무에 왕성히 퍼진 이후에 그 자실체(버섯이라 말하는 식용의 부위)가 올라오는데, 한번 퍼진 균사는 몇 해를 두고 그 땅과 나무에서 산다. 따라서 자연에서 거두는 것이라 하여도 버섯이 많이 나는 구역이 있고, 한반도의 조상들은 버섯 나오는 시기에 맞추어 늘 이 구역에서 버섯을 땄을 것이다. 그런데, 능이와 송이는 지금도 여전히 자연에서만 거둘 수 있고, 표고는 재배를 한다. 표고와 달리 능이와 송이의 인공재배 기술이 아직 개발되지 못한 이유는 살아 있는 나무 아래에서만 균사를 늘리기 때문이다. 능이는 살아 있는 참나무가, 송이는 살아 있는 소나무가 필요하다. 반면에, 표고는 죽은 나무에 균사를 퍼뜨리고 여기에서 버섯을 올린다. 죽은 나무에 표고의 균사를 접종하여 잘 관리하면 표고를 거둘 수 있어 재배가 가능한 것이다.

 

표고의 재배 역사는 꽤 오래되었다. 1313년에 간행된 중국의 농서인 [왕정농서](王禎農書)에 그 재배법이 나온다. 나무를 잘라 도끼로 흠집을 내고 1년간 썩힌 후 표고을 따다가 그 흠집 안에 집어넣어 재배하는 방법이다. 현재의 표고 재배법에서 균사를 배양한 종균을 쓴다는 점만 빼면 비슷하다. 조선에서는 1766년에 간행된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 이와 비슷한 방식의 표고 재배법이 실려 있다. 재배법이 당시의 농서에 올려져 있다 하여도 농민들이 표고를 널리 재배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균사를 배양하여 종균을 만드는 기술, 또 이를 접종하는 기술이 없으니 나무에서 버섯이 나올 확률은 그렇게 높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에도시대에 표고 재배법이 퍼졌는데, 표고가 나오면 큰 돈을 벌고 안 나오면 쪽박을 차게 되어 '도박 농사'라 하였다. 지금과 같은 안정된 표고 재배법은 20세기 들어 완성되었다. 한반도에서는 일제강점기인 1920~30년대에 농가부업으로 표고 재배가 권장되었나 크게 번지지는 못하였다. 1960~70년대에 들어 수출 전략 품목으로 표고가 각광을 받으며 재배가 부쩍 늘었고, 1980년대 이후 국내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재배이나 자연에 따라 맛과 향이 결정된다

 

표고 재배는 원목 재배와 톱밥 배지 재배 두 종류가 있다. 전남 장흥군에서는 대부분 원목 재배를 하므로 이 캐스트에서는 원목 재배에 대해서만 설명을 한다. 표고 원목 재배는 봄에 나무를 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대부분 참나무 종류를 쓴다. 1.2미터 정도의 참나무 토막에 작은 구멍을 내고 그 구멍 안에 표고의 종균을 박는다. 나무에 균사가 꽉 차게 번지고 나서야 자실체인 버섯이 나무를 뚫고 나오게 되는데, 이 균사의 증식을 위해 나무를 눕혀 몇 개월 쌓아놓는다. 균사가 잘 자라게 물을 공급하고 뒤집는 작업을 한다. 균사가 다 번졌다 싶으면 나무를 세운다. 버섯은 그늘진 곳에서 잘 자라므로 숲속에 이 나무를 쌓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표고 재배지는 대부분 산자락에 있고, 여느 재배 버섯과 달리 농산물이라 아니라 임산물 취급을 받으며, 표고 관련 행정기관도 산림청이다. 봄에 종균을 접종한 나무에서 가을에 표고가 나오기도 하지만 그 양은 아주 적다. 보통은 그 이듬해 가을부터 본격적인 수확이 가능하다. 이후 5년 정도 그 나무에서 표고를 딴다.

 

표고는 이른 봄에 나오는 것이 향이 가장 좋고 조직도 단단하여 상품 취급을 한다. 기온이 낮으니 표고의 성장이 더디고, 그래서 질이 좋은 것이다. 이른 봄의 표고는 나무에서 고개를 내밀고 먹을 만한 크기까지 자라는 데 15~20일 걸린다. 여름은 하루면 다 자란다. 따라서 여름표고는 무르고 향이 적으며 '물표고'라고 부른다. 가을은 여름 것보다는 나아도 봄 것보다는 못하다. 시장에서 나누는 표고의 품질은 이 계절성보다는 모양에 치중되어 있다. 갓이 덜 피어 작으며 단단한 것을 동고(冬菇)라 하며, 갓이 활짝 핀 것을 향신(香信), 동고와 향신 중간 정도로 갓이 적당히 핀 것을 향고(香菇)라 한다. 이 구별은 중국에서 유래한 것이다. 동고(冬菇)의 '겨울 冬'은 표고 수확 계절에 더 큰 의미를 두었다는 뜻일 것인데, 현재는 수확 시기보다는 모양이 이 동고의 기준이 되고 있다. 동고 중에서 갓의 표면이 그물 무늬로 갈라져 있는 것을 화고(花菇)라 하며, 더 고급한 표고로 본다. 화고도 흰 색깔이면 백화고, 검은 색깔이 흑화고로 나눈다. 표고는 모양이 곧 품질이고 가격인 셈인데, 맛과 향까지 반드시 모양에 따라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향 짙은 향신도 있으며, 맹탕의 화고도 있다.

 

장흥의 표고밭은 숲속에 있다. 나무에 접종을 하고 세워놓은 것이지만 재배 조건은 자연 그대로이다. 그래서, 자연 표고만한 맛을 낸다.

표고는 한 나무라 하여도 습기가 많고 그늘진 자리에서 많이 올라온다. 표고를 따고 난 다음에는 나무를 뒤집어 다른 쪽에서도 표고가 올라오게 한다.

 

 

봄에 거두어 말린 것

 

장흥은 조선에서 이미 표고의 주요 산지로 유명하였다. 장흥의 자연 덕이다. 장흥은 남녘 끝의 땅임에도 높은 산이 많다. 그 산에는 참나무 등 활엽수가 빽빽하게 자라고 있다. 또 그 산들 바로 앞이 바다이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는 버섯을 잘 자라게 하는 습기가 가득 담겨 있다. 표고가 자라기에 더없이 좋은 자연이며, 이 자연을 이용한 표고 재배가 일찌감치 장흥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3~4월이면 장흥의 봄표고가 나오며, 이 표고가 가장 맛있다. 표고는 말렸을 때 향과 감칠맛이 강해진다. 버섯 내 효소의 작용으로 숙성을 하는 것이다. 5월이면 이 건표고가 시장에 깔린다. 봄이면 장흥은 감미로운 표고 향으로 가득 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