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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대통령의 두번째 대국민 사과를 보며...

by 해찬솔의 신학 2008. 6. 20.
 
              
                 대통령의 두번째 대국민 사과를 보며...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특별 기자회견을 갖고 쇠고기 파동에 대해 "아무리 시급한 국가적 현안이라도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챙겨야 했는데 이 점에 대해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다"고 했다. 취임 후 두 번째 공식적인 대국민 사과였다.

이 대통령은 30개월 이상의 미국 쇠고기가 절대 수입될 수 없도록 하겠다고 다시 약속하고 청와대 비서진의 대폭 개편과 개각 방침도 밝혔다. 대운하 사업은 국민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다. 가스·물·전기·건강보험 민영화에 대해서는 애초부터 계획이 없었다고 했다.

대통령은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대통령은 지난 10일 최대 촛불시위 때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봤다"며 "시위대의 함성과 함께 제가 즐겨 부르던 '아침이슬'이라는 노래 소리도 들려왔다"고 했다. 대통령은 "캄캄한 산 중턱에 홀로 앉아 국민을 편안히 모시지 못한 제 자신을 자책했다. 늦은 밤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수없이 제 자신을 돌이켜봤다"고도 했다. "어머니들의 마음을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 "첫 인사에 대한 따가운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어떤 정책도 민심과 함께해야 성공한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넉 달도 안돼 이런 지경이 된 것은 그런 심정을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쇠고기 파동의 수습과 청와대 개편, 개각까지 이어지는 길지 않은 기간에 이명박 정권의 운명이 달려 있다. 대통령은 청와대 개편에 대해선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대폭 개편하겠다"고 했지만 내각 개편의 윤곽은 밝히지 않았다. "국민의 눈높이에 모자람이 없도록 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위기를 헤어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된 뒤 마음이 매우 급했다"고 했다. 취임 1년 내에 변화와 개혁을 이루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급격한 변화를 한꺼번에 밀고 가면 이익집단의 반대가 쌓여가고 국민과 정부는 지치고 만다. 어제 회견도 처음에는 '대국민 담화'였다가 워싱턴에서 열리고 있는 한미 추가협상의 타결이 불발되자 급히 '특별 회견'으로 바뀌었다. 이 역시 서두르다 생긴 일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쇠고기 문제도 그 때문에 생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간을 두고 미국과 일본·대만의 협상을 지켜보면서 단계적으로 임했으면 어떤 세력도 근거없는 광우병 공포를 퍼뜨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대운하도 '국민이 반대한다면'이라는 전제까지 없애고 깨끗이 던져버리는 것이 옳은 선택이다.

이제 대통령은 인사와 정책에서 완전히 새 판을 짜야 한다. 쓸 사람 쓰지 말고, 해야 할 정책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널리 쓰고, 정책은 조급증부터 버리라는 것이 국민의 바람이다. 대통령이 국민의 마음을 다시 얻을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를 운명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