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그네의 선택
한나라당 박근혜씨는 지금 중요한 선택의 갈림길에 있다. 5년 후 '이명박 이후(以後)' 체제를 겨냥하는 데 있어 이명박씨와 대립각을 세우고 갈 것인가 아니면 이명박씨를 업고 승계하는 길을 갈 것인가의 선택이다.
일장일단이 있다. 지금 이씨는 대통령으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는 당선자의 여운을 만끽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많은 문제와 함께 험난한 고비를 넘게 될 것이다. 박씨가 이명박 정부와 '러닝메이트'로 간다면 그때 이씨와 한 묶음으로 동반 하락의 길을 가야 할지도 모를 위험이 있다. 어쩌면 박씨는 체질적으로 성격적으로 이 당선자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이명박'편에 서서 그것을 물려받고 싶지 않을는지도 모른다.
반면 그가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이고 견제적인 위치에 서서 주류와 비주류, 정부와 여당이라는 관계의 거리를 유지하려 한다면 그는 지리멸렬한 당내 투쟁과 여당 세력의 기득권 싸움에 말려들게 될 것이고 결국은 보수·우파정권에 대한 국민의 식상함에 직면하게 될는지도 모른다. 그럴 경우 박씨의 재도전은 물론이고 보수·우파도 단명(短命)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이 당선자로서는 오는 4월의 총선이 자신의 대통령 당선만큼이나 중요하다. 4월에 구성될 국회는 이 당선자와 임기를 거의 같이하기 때문이다. 총선에서 자신의 정책을 수행할 안정적 바탕을 확보하고 더 나아가 정치적 기세를 잡지 못하면 그는 5년 내내 '레임덕' 신세나 마찬가지다. 이 당선자는 철저한 당인(黨人)도 아니고 의회의 경험도 부족하다. 게다가 보수세력은 곧 자만·나태에 빠질 수 있고 좌파·진보세력은 머지않아 새로운 진용으로 대두할 것이다. 노동, 국제경제, 대북, 교육, 환경 등에서 그는 많은 난제들을 안고 있다.
그래서 국회와 당이 자신을 뒷받침하지 않는다면 그의 앞길은 험난하다. 이 당선자측이 공천과 관련해 대규모 물갈이를 언급하고 그 시기를 저울질하는 것과 박근혜씨에게 총리를 맡아주도록 요청한 것은 같은 맥락에서 표리의 관계에 있다.
박근혜씨의 '5년 후' 구상은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박씨는 이번 대선에서 국민들이 만들어준 대한민국 체제의 확립과 정체성 확보, 보수·우파세력에 정권을 맡긴 국민의 뜻을 승계해야 한다. 박씨는 그런 차원에서 총리직을 수락하고 새로운 보수정치의 기수로서 5년 후를 기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씨는 어느 경우도 크게 잃을 것이 없다. 이명박 정부가 잘되면 그것의 공동 주주로서의 박근혜씨도 그 수혜자가 된다. 이명박씨가 그를 이용만 하고 버릴 것이라면 그는 이명박의 반대편에 서는 명분을 찾을 수 있다. 이명박 정부가 잘못 굴러가도 그에게는 언제건 돌아갈 수 있는 '당'이 있고 국회가 있다. 한나라당은 그의 고향이고 그가 재건한 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립해야 한다면 그때 가서 해도 늦지 않다.
지금 박근혜씨는 당선자에 버금가는 국민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명박이 상수(常數)라면 박근혜는 제1의 변수(變數)다. 언제 바뀔지 모르는 것이 정치라고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렇다. 박씨의 정치력은 바로 이런 상황을 5년간 꾸준히 끌고 갈 수 있느냐에 달렸다. 사람들은 정권 교체가 이루어진 후 마음들이 편하다.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무슨 말폭탄이 터질지 몰라 불안하게 살던 국민들은 오랜만에 편한 기분을 즐기고 있다. 박근혜씨는 이런 국민들의 기분과 마음을 계속 유지시켜 줄 수 있는 '편안한 정치'로 가야 한다.
이 당선자로서도 박근혜씨에게 부담을 느껴야 한다. 작은 정부도 좋지만 총리실의 규모와 기능을 너무 축소해서는 중량급 인사를 영입할 수 없다. 불리한 상황에서도 원칙과 룰을 지키며 그의 당선에 이바지한 박씨를 포용하지 못한다면 그는 어떤 반대자도 포용하고 설득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두 사람은 크게는 한국의 보수 정치를 위해, 작게는 한나라당을 위해 대타협을 해야 한다. 누구든 모든 것을 다 차지할 수는 없다. 양보할 것을 양보하지 않으면 모든 것을 다 잃을 수도 있다. "내가 이겼는데…", "나 아니면 이겼겠나…"라는 따위의 생각들은 떨쳐버리고 타협으로 전략적 동반자의 길을 갔으면 한다. 이명박씨에게는 '향후 5년'이 그의 일생의 전부이고 박근혜씨에게는 '5년 후'가 자신의 모든 것이다. 새 정권을 탄생시키는 데 한 표를 던진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이 당선자와 박근혜씨의 대승적 타협을 보고 싶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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