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아끼자던 정부 " 우린 경차 않타요!"

참여정부 들어 정부가 임대 또는 구입한 차량 중 경차비율이 2%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3개 부처 가운데 30곳은 아예 경차가 한 대도 없었다. 에너지 과소비가 우려된다며 유류세 인하를 거부하는 정부가 경차 사용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18일 정부 각 부처가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참여정부가 출범한 2003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4년6개월 동안 조달청을 통해 구입하거나 임대한 업무용 차량 9061대 가운데 경차는 146대에 그쳤다. 정부 경차 소비 비율은 1.6%로 같은 기간 국내시장 전체 경차 소비 비율 4.7%에 턱없이 못미쳤다.

부처별로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23대 가운데 6대를 경차로 도입해 26.1%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어 정보통신부 20.4%, 국방부·재정경제부 11.1%, 소방방재청 10.0% 등이었다. 반면 대통령 비서실·경호실, 행정자치부, 외교통상부, 통일부, 여성가족부, 법무부, 문화관광부, 기획예산처, 교육인적자원부 등 30개 부처는 7338대 차량을 조달하면서 경차는 한 대도 구매·임대하지 않았다.

특히 에너지정책을 총괄하는 산자부는 경차 구입·임대가 한 건도 없는 것은 물론 조달 차량 배기량이 2590.0㏄에 이르렀다. 이는 배기량 기준 부처별 차량조달 순위에서 5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환경정책을 책임지는 환경부는 92대 가운데 경차가 2대에 불과했고, 조달 차량의 평균 배기량이 2057.6㏄나 됐다.

배기량 기준 부처별 차량 조달 순위를 보면 대통령 경호실이 평균 3014.3㏄로 가장 높았고 국무총리 비서실(2816.7㏄), 여성가족부(2800.0㏄), 산림청(2619.6㏄)이 뒤를 이었다. 조달 차량 평균 배기량이 2000㏄를 넘는 정부 부처는 23곳이었고, 전체 평균 배기량은 1713.7㏄였다.

이 의원은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는 최근의 고유가 상황이 아니더라도 앞장서 경차 보급에 나서야할 정부가 거꾸로 경차를 외면하고 있다"며 "경차 구입시 각종 혜택을 주는 정부정책이 무색할 지경인 만큼 업무용 차량 조달시 경차 의무비율을 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경차를 구입하면 특별소비세와 등록·취득세를 면제해주고 있다. 도시철도공채 매입 면제, 고속도로 통행료 50% 할인, 공영주차장 주차료 50% 할인, 지하철 환승주차료 80% 할인 등 각종 혜택도 부여하고 있다. 현재 경차는 800㏄ 이하 자동차가 대상으로 내년부터 1000㏄ 이하로 확대되고, 고유가 대책으로 하나로 LPG 경차 보급이 추진되고 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