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배령 가는길
특히 해발고도 1000m에 있는 고갯마루에는 융단을 깔아놓은 듯 광활한 초원지대가 형성되어 있다. 철 따라 작은 꽃들이 아름다운 화원을 만들고, 야생화 사이로는 곰취·참나물·산당귀 등 산나물이 지천에 널려 있다. 마치 유럽의 알프스 산맥을 배경으로 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나 나올법한 풍광을 자랑한다.
곰배령이 유명해진 이유는 편도 4㎞ 길을 따라 펼쳐진 야생화 구역 때문이다. 곰배령의 남북으로는 점봉산(1424m)과 가칠봉(1165m)이 솟아 있다. 점봉산은 계곡이 깊은 산으로 유명한데 울창한 원시림이 보존돼 있다. 반면 곰배령 코스는 산세가 완만하고 구간도 짧아 누구나 쉽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 탁 트인 전망은 곰배령의 자랑이다. 가깝게는 작은 점봉산이, 멀리는 동해와 설악산 대청봉이 가슴을 시원하게 파고든다.
내가 처음으로 곰배령에 갔던 때는 1983년이다. 당시만 해도 곰배령은 오지 트레킹 매니어에게나 알려진 오지 중 오지였다. 점봉산을 답사하고 내려오는데, 급경사인 오색약수보다 곰배령 쪽으로 내려가면 쉬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우연히 곰배령을 마주했다. 소담한 들꽃이 완만한 능선을 가득 채운 아름다운 곳이었다. 곧바로 여행 코스를 개발했다.
2001년에 모 일간지 여행담당 기자의 제의로 나는 생태여행 탐방을 시작했다. 점봉산 곰배령을 첫 번째로 넣을까 말까 무지 망설였다. 아름다운 들꽃이 망가질까봐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담당기자는 도대체 거기가 어디냐고 보채더니 급기야 직접 곰배령을 다녀왔다.
곰배령의 매력에 흠뻑 빠진 기자가 서울로 돌아와 나를 설득했다. 결국 2001년 5월 곰배령은 신문에 소개되었고, 전국에서 문의전화가 폭주했다. 졸지에 환경파괴범이 되어버린 죄책감에 시달렸던 나는 산림청에 곰배령 입산금지를 요청했다. 2003년부터 입산금지가 된 곰배령은 지금도 미리 예약해야만 제한된 인원에 한해서면 들어갈 수 있다.
곰배령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사전에 꽃과 나무를 공부하고 오르는 것이 좋다. 꽃 이름을 확인하면서 가는 재미가 있다. 곰배령은 7~8월이 가장 예쁘다. 야생화가 가장 화려하게 피는 계절이 여름이기 때문이다. 산 앞에서 허탕치고 싶지 않다면 인제국유림사무소(033-463-8163)에 연락해 개방여부를 확인하고 출입신고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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