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깬 개구리
북방산개구리 암수 한 쌍이 겨울잠에서 깨어 짝짓기를 하고 있다. | 김현태 한국양서류네트워크 조사위원장 제공
경칩(3월6일)이 20일이나 남았는데 개구리가 벌써부터 겨울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이달 초 전남 해남 등에서 시작된 개구리 산란은 빠른 속도로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 산란하는 시기도 빨라지는 추세다.
14일 한국양서류보존네트워크(이하 양서류 네트워크)에 따르면 한파가 물러간 지난 3일부터 전국 각지에서 산개구리의 산란이 관찰되고 있다. 북방산개구리라고도 하는 산개구리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개구리 15종 가운데 가장 산란시기가 빠르다. 겨우내 산간 계곡의 바위 밑에서 겨울잠을 자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깨어나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는다. 계곡산개구리, 한국산개구리와 함께 경칩 때 깨어난다는 바로 그 개구리다.
양서류네트워크 소속 전국 30여개 단체의 회원·활동가 등이 실시하는 산개구리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올해 산개구리 산란은 지난 1월 중순 충북 청주에서 처음 관찰됐다. 산개구리 한 쌍이 잠시 기온이 오른 13일 흐르는 물에 알을 낳은 것이다. 본격적인 산란은 지난 3~6일 시작됐다. 전북 부안에서 230여개의 알덩어리가 확인된 것을 비롯해 전남 해남, 대전, 경기 군포 등에서 짝짓기를 하는 산개구리와 개구리 알이 관찰됐다.
김현태 양서류네트워크 조사위원장은 "산개구리는 최저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 얼음이 녹으면 바로 산란을 시작한다"며 "올 겨울은 유난히 추워 예년보다 약간 늦어졌지만, 전반적으로 산란 개시일이 빨라지는 추세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최근 산개구리 산란은 1월 말~2월 초에 시작되고 있다. 지난해는 1월20일께 제주도, 전남 영암·해남, 전북 정읍, 충남 서산 일대에서 일제히 산란이 시작됐다. 2009년에도 제주도에서는 1월21일, 전남 해남과 충남 서산에서는 각각 1월29일과 2월2일 첫 산란이 확인됐다. 경칩을 전후로 한 2월 말~3월 중순이던 산개구리의 산란 시기가 한달 가까이 빨라진 것이다.
산개구리의 산란이 빨라진 것은 지구 온난화로 늦겨울·초봄의 기온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90년간 경칩의 평균 기온은 1.8도 올랐다. 1919~1948년 평균 2.8도이던 경칩일의 평균 기온은 1979~2008년엔 평균 4.6도였다. 과거 경칩일의 기온인 2.8도는 이제 2월 중순에 나타난다. 기상청은 "기온 상승 추세에 따라 경칩 기온이 2월15일로 19일 앞당겨졌다"며 "기온 상승이 동물의 동면 기간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겨울잠에서 깨어나온 북방산개구리.개구리 등 양서류의 번식 시기가 빨라지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양서류 전문 학술사이트 '앰피비아 웹'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개구리와 유사한 나무개구리, 회색나무개구리 등 9종이 지구 온난화로 번식 시기가 앞당겨진 종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에도 서식하는 황소개구리는 미국에서는 번식 시기가 빨라진 대표적 양서류로 꼽힌다. 영국에서는 최근 10년간 개구리 산란 기록을 분석한 결과 산란 시기가 최고 1주일 이상 앞당겨졌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산란 시기가 빨라지는 것은 양서류의 생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특히 늦겨울에서 초봄에 산란하는 개구리의 경우 겨울철 날씨 변동성이 커지면서 생존에 위협을 받는다. 따뜻한 날을 골라 알을 낳았지만 곧 매서운 추위가 찾아와 알과 개구리가 얼어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상훈 국립생물자원관 척추동물과장은 "양서류는 변온 동물이어서 기온과 습도에 매우 민감하다"며 "양서류를 보호하고 기후 변화의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양서류에 대한 꾸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방산개구리
몸길이 5.0~8.5㎝로 산간 계곡, 습지 등에 서식한다. 우리나라 양서류 22종 가운데 가장 산란이 이르다. 얼음이 녹으면 바로 산란을 시작하지만 최근 기후변화로 산란시기가 변하고, 산란 후 동사(凍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과거 식용으로 이용돼 개체수가 크게 감소했다. 환경부 지정 기후변화 생물지표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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