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뉴스

국회는 신의 직장인가?

by 해찬솔의 신학 2009. 2. 8.

 

          

                     국회는 '神의 직장'?

 

 

                              무소불위, 안하무인… 국회 불법·폭력 끝장내야

 

 

공기업을 '신(神)의 직장'이라고 한다지만 진짜 '신의 직장'은 대한민국 국회다. 국회는 아무도 못 건드린다. 이 나라에 저렇게 안하무인이 없고 저렇게 무소불위(無所不爲)가 없다. 그 국회를 구성하는 국회의원이야말로 면책특권의 보호막 뒤에 숨은, 등 따습고 배부른 '대한민국의 신(神)' 그 자체다.

대통령도 잘못하면 탄핵의 대상이 된다. 장관은 그야말로 하루살이일 수도 있다. 대법관 등 헌법상 독립기관도 징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국민의 세금을 먹는 공복(公僕)이라면 당연히 국민 앞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유독 국회의원만은 국회 내에서 법을 어겨도, 국회의 기물을 때려부숴도 누구도 처벌받지 않는다. 폭력이나 소란행위에 대한 금지조항은 있지만 처벌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없다. 국회의원에게도 징계규정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지난 30년간 104건의 징계사유 가운데 가결(可決)된 것은 한 건도 없다. 79년 유신 때 김영삼 당시 야당 총재가 제명된 것이 마지막이었다. 한마디로 국회의원은 국회 내의 행위나 발언으로 절대 징계당하지 않는다.


국회가, 국회의원이 오늘과 같은 지위를 갖게 된 데에는 그럴 만한 역사가 있다. 지난날 한국정치의 어두운 그늘 속에서 이 나라 민주주의의 틀을 지켜내는 데 국회의 의미는 컸다. 야당의 존재와 투쟁정신이 의회주의를 지켜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선개헌 파동, 국가보위법 파동 등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정치적 공갈 등이 판을 쳤을 때 야당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 저항했다. 국민은 야당이 의사당을 점거하고 농성할 때 그들을 지지했고, 야당의원들이 의사당에서 끌려나갈 때 야당의원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냈으며, 여당이 '제3별관'에서 야밤중에 의사봉을 두드렸을 때 통곡하는 야당의원들과 함께 울었다. 점거·농성·몸싸움·명패부수기·의석바리케이드 등 그때 동원된 야당의 저항수단은 국민이 흔쾌히 수용했던, 오히려 장려했던 것들이었다.

그러나 이제 사정은 달라졌다. 국민은 더 이상 권력에 의한 민주주의 파괴를 용서하지 않는다. 국민의식이 현저히 달라졌고 정치권력도 국민이 허용한 틀 속에서 운신할 수밖에 없다. 엊그제 야당은 "여당이 대화를 거부한 상황에서 우리의 본회의장 점거는 마지막 수단"이라고 했다. '대화'가 없어 '본회의장 점거'라니 과거의 야당의원들이 들으면 하품 나올 소리다.

이제 이 국회를 신의 직장에서 끌어내릴 때가 됐다.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무슨 짓을 해도 괜찮고 어떤 폭력을 휘둘러도 누구도 처벌받지 않는 '국회의원 만능'의 시대는 여기서 막을 내려야 한다. 우리는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만큼 국회를 해산할 권리는 어디에도 없다. 국회를 해산할 수 없다면 국회의원을 징계하거나 축출할 제도적 장치라도 있어야 하는 것이 균형논리에 맞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국회의원도 함부로 행동하면 징계받는다는 견제장치가 있어야 처신을 조심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국회의원 소환제를 신중히 검토해볼 시점에 왔다. 우리는 현재 지방자치단체장을 소환할 수 있는 제도를 갖고 있다. 그것을 국회의원에게도 확대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해당선거구 유권자 상당수의 서명을 받아 소환하되 재신임 투표를 하자는 것이다. 학자들은 국회의원에 대한 통제는 선거라는 수단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지만 그 기회가 4년에 한 번 총선거로만 주어지는 것은 불합리하다. 시간이 지나면 쉽게 잊어버리는 우리 풍토하에서 당해 의원의 불법-폭력행위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 몇 년을 기다려야 한다면 그것은 별 의미가 없다. 또 다른 학자는 소환제가 정적(政敵)탄압용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경계하지만, 소환-재투표가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데서 오는 폐단과 국회의 불법-폭력행위 용납에서 오는 정치불신과 국회 위상 추락의 폐단을 비교하면 소환제는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국회가 정치권력의 거수기가 되고 여당이 정부의 하수인이 되는 것을 야당이 견제해주기 바란다. 권력이 정치적 야욕으로 헌법의 틀을 부수거나 국리민복을 현저히 침탈할 때는 온몸을 던져 그것을 막아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지금이 그런 상황인가? 그것이 야당의 시국인식이라면 거기엔 동의할 수 없다. 국회는 견고하게 지켜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국민들이 국회를 정치 깽판의 본무대나 여야의 격투기장(格鬪技場)쯤으로 여기며 조롱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현 시점에서 국회를 지켜내는 일은 국회의 실용성과 권위와 존재이유를 깎아내는 의원들을 몰아내는 길밖에 없다. 국회가 살기 위해서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더 튼튼해지기 위해서는, 유권자의 힘으로 국회의 이름을 더럽히는 의원들과 그 조종자들을 국회에서 퇴출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