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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음식

밥맛없을때, 오징어 젓갈 볶음

by 해찬솔의 신학 2008. 2. 11.

 
                        놈현을 보내며

                                                            (중앙일보 사설 퍼옴)

5년 전 대통령을 시작하면서 노무현은 구시대의 막내가 아니라 새 시대의 장남이 되고 싶다고 했다. 때는 절호의 기회였다. 1970년대 이래 한국 정치에는 4대 숙제가 있었다. 문민화, 여야 간·영호남 간 권력교체, 그리고 세대교체였다. 김영삼 대통령이 문민화, 김대중 대통령이 여야·동서 간 권력교체를 이뤄냈다. 노 대통령 자신은 세대교체의 완성품이었다. 모든 숙제가 풀렸으니 그는 선진화를 향해 달리기만 하면 됐다. 어느 대통령도 이보다 좋은 환경을 갖지 못했다.

그러나 노무현은 그 소중한 기회를 놓쳤다. 그는 많은 면에서 부족했다. 사람들은 이회창과 다른 서민성, 이인제와 다른 참신성, 김영삼·김대중과 같은 투쟁성만 바라보았다. 노무현의 실상은 달랐다. 역사의식은 뒤틀렸고, 오만은 헌법을 넘었고, 지식은 짧았으며, 혀는 너무 빨랐다. 386에 휘둘렸고, 권위를 담을 그릇이 없었고, 세계와 북한을 너무 몰랐으며, 우물 안의 경험으로 현대사와 언론을 대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진짜 노무현이 하나둘씩 드러났고 나라는 혼란스러웠다. 국민은 그렇게 5년을 노무현과 함께했다. 이제는 우리가 그를 역사 속으로 보낸다.

노무현은 이중성의 인간이다. 빛을 향해 뛰면서 꼭 그늘을 남겼고, 좋은 일을 하면서 꼭 나쁜 얘기를 불렀다. 노무현은 대선 광고에서 눈물을 흘렸고 공동체를 개선하려는 열정이 뜨거웠다. 방법만 옳았으면 그 열정은 우리 모두의 성공 스토리가 되었을 것이다. 그는 그리도 대통령 직을 갈구했으면서도 몇 달 안 돼 “대통령 직 못해 먹겠다”고 했다. 세상을 뜨겁게 바라보면서도 보는 눈은 한쪽이었다. 평등·질시·편향이었다. 민주당이 구태라며 열린우리당을 만들고서는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하자고 했다. 그는 용산기지 이전이라는 한·미동맹의 오랜 과제를 해결했다. 그러면서도 얻어맞는 맥아더 동상을 방치하고 군인을 반미 시위대의 몽둥이 밑에 내버려 두었다. 그는 이라크에 한국군을 보내 부시 미국 대통령을 감동시켰다. 그러면서도 “반미주의면 어떠냐”고도 했다. 그는 한·미 FTA를 주도적으로 성사시켰다. 그런데 다른 쪽에선 농민 시위대를 막았던 경찰청장이 물러나야 했다.

그는 자신이 얼마나 이중적인지 잘 몰랐다. 그는 판사였으며 변호사였다.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돼서는 헌법을 여러 차례 유린했다. 위헌 공약(행정수도)으로 표를 얻었고, 헌법에도 없는 신임투표를 한다고 했으며,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서 헌법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 막판에는 선거운동을 하겠다며 헌법재판소 재판정을 찾기도 했다. 그는 권력기관에서 대통령의 손을 떼겠다고 했다. 그러나 권력기관은 독립적이지도, 유능하지도 못했다. 국정원은 유력 대선주자의 뒤를 캤고, 국정원장은 아프가니스탄과 평양에서 나라의 권위를 구겼다. 정권 내내 경찰의 최루탄보다는 시위대의 함성과 죽창이 더 무서웠다. 노 대통령은 경제에 대해서도 이중적이었다. 그는 5년간 수출이 매년 두 자릿수로 늘었다고 자랑한다. 자기 공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투자와 일자리가 줄고 서민경제가 어려운 것은 10년 전 외환위기 탓이란다.

노무현의 시대에서 한국은 나름대로 역사의 진보를 수확하기도 했다. 선거에서 돈이 뭉치로 굴러다닌다는 말이 이제는 별로 들리지 않는다. 정경유착이란 말도 점점 퇴장하고 있다. 미래를 걱정하던 상황에서 우리는 한·미 FTA라는 줄을 잡을 수 있었다. 비준에 좀 더 열정적이었으면 노 대통령의 공적은 그만큼 늘어났을 것이다.

이제 봉하마을의 노무현은 현실의 역사에서 비켜서야 한다. 미국의 카터는 섣부른 이상주의로 재임 중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그러나 퇴임 후 목수가 되어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일하고 있다. 그런 카터를 미국인은 더 사랑한다. 2004년 4월 총선에서 승리한 후 386들은 청와대 만찬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노 대통령은 답가로 조용필의 ‘허공’을 불렀다. 이제 노무현은 자신의 잘못된 열정을 허공 속으로 날려보내야 한다. 그리고 다시 낮은 곳으로 내려와 재수(再修)하는 기분으로 나라사랑을 실천하기 바란다. 조용히, 말보다는 침묵으로….

출처: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ctg=20&total_id=30508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