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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현 비판여론에도 "당선인과 일전불사" 사상초유

by 해찬솔의 신학 2008. 1. 28.
정부 인수인계를 둘러싸고 현 정부와 차기 정부가 또다시 정면 충돌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28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차기 정부 개혁은 차기 정부에서 하라”고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측을 신랄히 비판했다. 퇴임하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사건이다. 당장 차기 정부가 추진하는 정부조직 개편에 제동이 걸렸을 뿐 아니라, 신·구 권력간의 대립이 전면화될 가능성이 생겼다.

노대통령이 ‘
깜짝 기자회견’이란 초강수를 둔 것은 ‘기왕에 불가피한 싸움이라면 정면돌파를 통해 전세를 역전시키겠다’는 특유의 승부수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직원들이 28일 서울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TV로 생중계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정부조직개편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강윤중기자
청와대는 지난 22일 국무회의를 통해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한 정식으로 문제제기를 했다. 이어 “다음주 국무회의에서 정부 조직개편에 대해 더 깊은 토론을 하겠다”면서 “각 부처 장관들도 문제점을 적극 설명하고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론은 청와대의 기대와는 반대로 흘렀다. 청와대의 주장에 주목하기는커녕 오히려 ‘차기 정부 발목 잡기’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노대통령은 최근 이명박 당선인측과 한나라당과의 일전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와의 정무직 인사 논란과 최근 정부조직 개편안 추진과정에 대한 불만이 축적된 결과다.

기왕에 이렇게 마음 먹은 이상 노대통령으로선 전면에 나서 이당선인측의 일방통행에 제동을 거는 것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노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문과 이후 일문일답을 통해 두가지의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인수위가 추진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의 내용과 절차의 타당성을 문제삼으면서 현 정부가 (인수위에) 무조건 협력해야하는지를 자문했다. 이날 노대통령의 발언의 중심을 실은 부분은 후자다. 노대통령은 스스로 “선거로 모든 것을 백지 위임하는 것이 맞느냐”고 자문한 뒤 “그것은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노대통령은 이어 “나도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도 선거에서 당선됐지만 하고싶은 대로 다 하지 않았다. 하기 싫은 일도 떼밀려서 했다”고 주장했다. “선거에 당선됐다고 정부조직 다 뜯어고치는 나라가 어디있느냐”면서 “5년은 아주 길다. 그리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도 했다. 이당선인측이 선거 승리 표심을 내세워 지난 정부에 대한 평가 절하를 몰아붙이고 있는 것에 대한 부당함을 강하게 드러낸 셈이다. 노대통령이 인수위에 대해 자신을 사실상 ‘식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며 “법안 정한 일만 하라”며 강한 불만을 터트린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물론 노대통령은 이날 국회에서 자신의 주장에 대한 고려를 담아 새롭게 논의할 경우 “(정부조직 개편안을 수용할) 여지는 열려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나라당 뿐 아니라
손학규 대표가 이끄는 대통합민주신당조차 노대통령의 이같은 노골적인 개입을 환영하지 않는 상황이다. 국회에서 노대통령의 입맛에 맞춘 정부조직 개편안이 넘어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현재 상황으로선 노대통령의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한결 높아진 상황이다. 차기 정부의 신임 각료 임명 없이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 경우 정치권의 후폭풍은 커질 수밖에 없다. 차기 정부의 정권인수 인계 작업이 차질을 빚게되면서 정치권은 책임 논란에 휩싸이며 홍역을 치르게 될 전망이다. 더구나 이 논란은 4월 총선의 뇌관 중 하나로 여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