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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뱃속의 아이와 바꾼 생명

by 해찬솔의 신학 2010. 7. 21.

 

 

                             뱃속의 아이와 바꾼 생명

 

 호주 의사 엘리스 해먼드는 2007년 임신 22주째 림프암 진단을 받았다. 그녀는 배 속 아기를 해칠까 봐 저단위 화학요법만 세 차례 받았다. 그래서  병세가 급속히 나빠졌지만 치료를 출산후로 미뤘다. 그녀는 아기를 안고 행복의 눈물을 흘린지 3주만에 세상을 떴다.

 영국주부 로레인앨러드는 2007년 임신 넉 달 때 간암에 걸렸다. 그녀는 태아를 위해 항암치료를 거부한 끝에 아들을 낳았고 두달 뒤 숨졌다.

 태아의 피는 탯줄을 통해 태반으로 흘러나가 엄마의 피에서 산소와 자양분을 얻는다. 엄마를 통해 숨 쉬고 먹는셈이다. 태아는 7주째에 심장을 얻고 11주엔 눈이 생긴다. 28주가 되면 엄마 말에 귀 기울이낟. 빨고 깜빡거리고 움켜잡고 하품하고 딸꾹질하고 찡그리고 미소짓는다. 엄마와 아기만이 나누는 대화이다. 열 달을 한 몸으로 살다 태어난 아기는 생애 첫 악수를 건넨다. 엄마 손가락을 잡은 갓난아기의손, 엄마가 아니면 알 수 없는 감동이요 환희이다.

 인도 철학자 라즈니시는 "위기가 닥쳐 아이와 어머니 중 한 사람만 구제 받게 되는 경우, 어머니는 항상 아이가 살아야 한다는 각오가 돼 있다"고 했다. 재작년 중국 쓰촨성 지진때 무너진 집 잔해를 몸으로 막고 웅크린 채 숨진 여인의 품에서 아기가 숨 쉬고 있었다. 아기 포대기에서 발견된 휴대전화에 문자메시지가 떠 있었다.

 "사랑하는 나의 보배야, 살아남으면 꼭 기억해다오. 내가 널 사랑했다고."

태아와 산모, 둘 중 하나만 살릴 수 있는 상황이라면 결정은 쉽지 않다. 가족과 의료진 모두 태아를 포기하라고 하기 마련이다. 뉴질랜드에서 이름난 마오리족 변호사 졸렌 투이라베는 아기를 살리는 선택을 했다. 원주민 마오리족을 대변해온 그녀는 지난해 임신 직후 유방암이 재발됐다. 의사들은 그녀에게 살려면 당장 낙태하고 항암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녀는 둘 다 거부하였다.

 투이라베는 암세포가 퍼져가는 고통을 참고 또 참은 끝에 지난4월 아들을 낳았다. 그리고 두 달 만에 숨졌다. 그녀의 어머니는  "딸이 아기와 보낸 두 달이 딸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고 행복한 시기였다"고 했다. 투이라베는 목숨을 "신(神)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서 어머니를 보냈다"고 했다. 어머니의 무조건 무한정한 사랑은 인간에 기울이는 하나님의 사랑과 닮았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