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없는 숲길 이름 없는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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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부연동 오대산 숲길을 걷다 |
그야말로 적요한 산길입니다. 숲길을 따라오는 것은 그저 청아한 물소리뿐입니다. 가끔 길섶의 야생화 꽃잎 사이로 토종 꿀벌들이 잉잉거리는 소리만 뒤섞입니다. 오지 중의 오지라는 강릉시 연곡면 삼산리 부연동. 오대산 북쪽 두로봉 골짜기에 자리잡은 그 마을에서 깊은 계곡으로 더 들어선 길입니다. 이즈음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지만, 그래봐야 한여름에 잠깐 몰려드는 피서객들뿐. 부연동만 해도 첩첩산중의 오지마을로 꼽히는 판이니, 그곳에서 계곡 상류 쪽으로 한참을 더 들어선 이 길에 사람이 있을 턱이 없습니다. 부연동에서 계곡 상류 쪽으로 물길을 따라가다보면 최고의 트레킹 코스가 있습니다. 인적 없는 그 계곡길은 마치 ‘비밀의 정원’과도 같습니다. 아름드리 낙엽송이 앞을 가릴 정도로 빽빽하게 들어선 구간이 있는가 하면, 45도 경사면의 허리에 한 뼘 정도 다져놓은 길을 따라 계곡을 내려다보며 가는 길도 있습니다. 지난 가을의 낙엽이 남아서 허벅지까지 빠지는 계곡도 있고, 축축한 밀림처럼 양치식물인 관중이 둥글고 화려하게 잎을 펼치고 있는 구간도 있습니다. 이 길은 오르내림이 거의 없습니다. 제법 길 모양새가 뚜렷한 코스도 있지만, 길은 자주 끊깁니다. 멀쩡하던 길이 한순간 사라져버리면 당황스럽습니다. 하지만 끊긴 길에 서서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자면 어디엔가 또 다른 길이 있습니다. 길은 계곡물 건너편으로 이어져 있기도 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끊어진 길 위쪽에 다른 길이 나있기도 합니다. 그 길을 따라 두 시간쯤 들어갔을까요. 깊은 골에서 쌍폭포를 만났습니다. 숲사이에 비밀처럼 묻혀있는 폭포의 아름다움도 좋았지만, 쏟아지는 물소리가 어찌나 시원하던지 탄산수 같은 청량감이 온몸에 번졌습니다. 이렇듯 아름다운 폭포가 이름조차 갖지 못한 것은 이곳이 얼마나 오지이며, 그동안 사람들의 발걸음이 거의 닿지 않아왔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겠지요. 그 길에 이렇듯 아름다운 폭포가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길을 되돌아 나와 만난 마을 주민들도 숲길에서 만난 폭포 얘기를 하자 그제서야 생각난 듯이 쌍폭포 이야기를 했습니다. 주민 이해운(57)씨는 “마을 주민들도 거기까지는 가본 이가 별로 없다”며 “폭포에 이름이 없으니 마땅한 이름이나 지어주고 가라”고 농담을 던졌습니다. 5월이 지나고 있습니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을 이렇게 또 보냅니다. 돌아보니 이 달은 짙은 숲과 아름다운 꽃을 찾아다닌 날들이었습니다. 사실 5월만큼 자연이 생명으로 가득차 아름다운 때가 또 있겠습니까. 부연동 계곡길도 그랬습니다. 떡갈나무며 물푸레나무 같은 활엽수들이 연초록 잎을 틔워올리며 그늘을 만들고 있었고, 그 그늘 아래는 야생화들이 화려한 꽃을 피어냈습니다. 번잡스러운 도회의 생활에서 오지마을 부연동의 숲길만큼 위안을 주는 것이 또 있을까요. 그 비밀스러운 숲에 들어 서둘 것 없이 계곡을 따라 내킬 때까지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촉촉한 습기를 머금은 숲에 피어난 야생화를 들여다보고, 밤이면 개구리 소리로 가득한 산골마을에서 5월의 밤하늘 가득 쏟아질 듯 떠있는 별자리를 바라보는 경험. 이 정도만으로도 온몸을 싱싱한 기운으로 가득 채울 수 있으실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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