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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윈도 비스타 첫돌 재조명

by 해찬솔의 신학 2008. 3. 30.
출시 첫 돌 맞은 '윈도 비스타' 재조명

윈도 XP에 비해 좋다? 나쁘다? 사용자들이 열띤 토론을 펼치게 했던 윈도 비스타. 어느덧 윈도 비스타가 출시된 지도 1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1년 동안 윈도 비스타가 국내 PC 시장에 미친 영향과 그간 윈도 비스타의 마케팅을 위해 마이크로소프트가 전략에 대해 알아보자.

■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윈도 비스타
윈도 XP 출시 이후 6년 만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새롭게 선보인 윈도 비스타. 윈도 XP의 뒤를 이을 차세대 운영체제로 PC 사용자들의 높은 관심아래 지난해 1월 31일(한국시간 기준) 전 세계에 동시 출시됐다.

그러나 막상 출시되자 기대했던 화려한 인터페이스 뒤로 속속 노출되는 윈도 비스타의 치명적인 문제점으로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처음 윈도 비스타에 대한 문제점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 바로 액티브 X(Active X)를 기반으로 하는 웹페이지와의 충돌 문제였다.

액티브 X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과거 인터넷 익스플로러 버전 3.0에서 멀티미디어 파일을 재생하거나 웹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한 방식으로 넷스케이프의 플러그인 아키텍처에 대항해 개발해낸 기술이다. C++·비주얼 베이직, 자바 등으로 제작된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기 위해서 제공되며 AVI, MPEG 동영상 파일을 재생시키며 문서 필터링을 통해 엑셀이나 워드 등 HTML 문서가 아닌 것도 웹 브라우저에서 볼 수 있게 해준다.

많은 금융기관과 관공서들이 액티브X 기반의 웹 페이지를 통해 웹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보안이 강화된 윈도 비스타는 이들의 서비스를 악성코드로 간주해 차단시키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었다. 은행과 관공서의 인터넷 뱅킹 및 민원 처리는 물론 디지털 컨텐츠의 다운로드 제한 그리고 일부 게임 사이트도 이용이 불가능해 사용자들에게 생각지도 못한 큰 불편을 안기는 사태를 초래했다.

뒤늦게 정보통신부가 나서 호환성 테스트에 들어갔고,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지적된 금융권과 서비스 관련 호환성 문제를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하겠다는 공식적인 해명을 하기도 했지만, 속속 등장하는 윈도 비스타의 문제점으로 사용자들의 불신은 쉽게 누그러들지 않았다.

기존 윈도 XP에서 잘 구동되던 프로그램이나 유틸리티가 윈도 비스타에 설치되면 작동이 안 되거나 오류 창이 뜨는 문제점도 보여줬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국민 워드 프로세서인 한글 2005가 실행되지 않았던 것인데, 해당 개발사가 빠르게 실행 패치를 제공하며, 문제점을 해결해야만 했다.

많은 사용자들은 앞선 액티브X 충돌 문제와 특정 프로그램과의 호환성 문제 발생 시에도 한국MS의 늦은 대처와 ‘문제의 원인은 해당 소프트웨어 개발사’라는 태도에 불만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네티즌이 국내 유명 포털 사이트에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윈도 비스타의 소비자 가격이 타국에 비해 현저히 비싸다는 글을 올리며 사용자들의 불만에 불을 놓았다. 소비자가격은 각국의 유통회사가 자율적으로 책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격 차이가 생길 수 있지만, 인근 국가인 중국의 윈도 비스타보다 약 2배 이상 비싼 가격에 네티즌들은 “한국 소비자들이 무슨 봉이냐?”, “한국이 우습게 보이냐”는 반응을 보이며 윈도 비스타 불매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 윈도 비스타 효과가 주는 의미
분명 출시 초기의 윈도 비스타가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키며, 사용자들의 기대를 져 버렸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윈도 비스타의 등장이 마이너스 효과만 준 것은 아니다. 6년 동안 새로운 운영체제가 등장하지 않은 관계로 그동안 불황 아닌 불황을 겪었던 국내 PC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띄기 시작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한 빌 게이츠 회장
국내, 국외 PC 및 노트북 부품 관련업자들에게 윈도 비스타는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였다. 이전에도 MS가 새로운 운영체제를 선보일 때면 새로운 운영체제를 구동시킬 수 있는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를 하거나 새로 구매하는 사용자들이 늘기 때문이다.

특히 윈도 비스타는 기존 윈도 시리즈에서 구현되지 않던 3D 환경에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를 제공해, 보다 높은 사양의 PC 시스템이 필요했다. 판매업자들은 앞 다퉈 윈도 비스타를 완벽히 지원한다는 설명과 함께 윈도 비스타 전용 제품이라는 스티커를 제품에 붙여 판매하기 시작했다. 윈도 비스타 전용 제품 마켓팅 전략은 대 성공이었다.

용산에 한 판매업자는 “윈도 비스타 전용 제품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윈도 비스타 효과가 상당하다. 심지어 윈도 비스타의 기능을 사용하는데 크게 상관없는 마우스마저도 윈도 비스타 전용 제품 스티커를 붙이면 훨씬 잘 팔린다”고 밝혔다.      

이런 현상은 윈도 비스타가 출시 초기 많은 문제점을 보여줬지만, 현재 세계 PC 시장에서 MS의 운영체제를 대처할만한 운영체제가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향후 MS가 현재 문제점을 개선한 서비스 팩을 제공한다면 윈도 비스타가 다시 국민 운영체제로 보편화 될 것은 불 보듯 뻔하고, 뒤늦게 윈도 비스타 관련 제품을 구매하느니 차라리 이왕 사는 거 먼저 준비하는 셈치고 사두자라는 심리도 윈도 비스타 전용 하드웨어의 판매 촉진에 기여했다.

■ 윈도 비스타로 보는 국내 PC 시장 
윈도 비스타는 개발 초기 단계부터 ‘보안’과 ‘안전성’을 최우선시한 제품으로서, 지금까지 출시된 운영체제 중 보안성이 가장 강한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인터넷과 함께 새로운 바이러스와 스파이웨어 등의 악성코드가 범람하는 현재 IT 분야에는 단연 윈도 비스타가 주목 받을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보면 출시 초반에 윈도 비스타가 보여주던 액티브 X 충돌 문제도 더욱 강화된 보안 능력이 불러온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곧 서비스 팩이 제공될 예정이라 기존의 문제점들도 대부분 해소되어 윈도 비스타의 보급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 모든 PC의 바탕화면에는 윈도 비스타의 가젯이 자리 잡아 있을 터이고, 사용자들은 윈도 비스타의 새로운 기능들을 알기 위해 이리저리 인터넷을 뒤지고 다닐 것이다.

하지만 분명 사용자들이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 윈도 비스타의 성능과 기능을 판단하여 선택해야 된다는 것이다. 운영체제가 MS 윈도 시리즈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능과 성능이 더 뛰어난 운영체제가 출현한다면 그것을 선택해야한다. 국내 운영체제 시장 점유율 95%의 MS가 국내 시장에서 서비스 개선이나 합리적인 가격 책정에 무관심한 것도 그들의 독주체제가 너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