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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TV시청 운전

by 해찬솔의 신학 2007. 6. 3.
  • 위험한 ‘TV시청 운전’… 단속은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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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비게이션에 DMB·인터넷·노래방 기능까지
    한해 100만대씩 장착… 음주보다 사고위험 커
    미국·일본·호주선‘운전중 시청’법으로 규제
  • 박란희 기자 rhpark@chosun.com
    김경은 기자 larrisa0204@chosun.com
    입력 : 2007.05.25 01:05
    • 20년째 무(無)사고 경력을 가진 택시기사 김영봉(59)씨는 4월 초 교통사고를 낼 뻔한 아찔한 순간을 겪었다. 몇 달 전 아들이 선물한 DMB(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 때문이었다. 김씨는 손님을 택시에 태운 채 서울 강남구 신사역 네거리를 지나고 있었다. 습관적으로 켜놓은 DMB에선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경기를 방영 중이었다. 마침 골이 들어가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DMB 쪽으로 시선이 갔다. 그때, 갑자기 오른쪽에서 외제 차량이 끼어들었고, 김씨는 ‘끼익~’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가슴을 쓸어내리는 위험천만한 경험을 한 뒤 그는 주행 중엔 아예 TV를 꺼놓는다.

       

    • ▲24일 오후 서울 시내에서 한 운전자가 정차 중에 차량용 내비게이션을 통해 DMB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스포츠 중계나 드라마를 켜놓고 운전하는 사람이 늘면서 교통사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태경 객원기자 ecaro@chosun.com
    • ◆위험천만한 ‘차량 내 TV 시청’=길안내를 위한 차량용 내비게이션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교통사고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요즘 보급되는 차량용 내비게이션에는 위성·지상파를 볼 수 있는 DMB는 물론, 음악을 재생해서 들을 수 있는 MP3, 음악과 동영상을 다운로드해 보는 PMP, 인터넷 사용과 이메일 수신, 디지털카메라 등 다양한 기능이 갖춰져 있다. 최근에는 노래방 기능을 갖추거나 엑셀과 워드 파일을 열람하고 노트북 없이 사진파일을 전송할 수 있는 제품도 등장했다.

      조사기관 ‘데이코 D&S’의 내비게이션 시장 실태조사에 따르면, 차량용 내비게이션 판매대수는 2005년 70만대, 2006년 115만대가 팔려나갔다. 이 조사기관은 “2003년부터 매년 40만~50만대씩 증가해온 것을 감안해 2010년에는 자동차 2.2대당 한 대꼴로 내비게이션이 장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차량 내 멀티미디어 기기(器機)들이 교통사고를 일으킬 위험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DMB를 시청할 경우 혈중 알코올 농도 0.05%(면허정지 해당)의 음주운전보다 사고위험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운전 중 DMB를 시청하면 전방 주시율이 50.3%(예컨대 1분을 운전할 경우 30초 정도는 앞을 보지 못한다는 뜻)로 정상주행(75.5%)에 비해 크게 떨어지며, DMB 시청보다 조작할 때의 사고위험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주행 중 시청금지’ 장치 허술=특히 국내에서 출시되는 내비게이션은 주행 중에도 얼마든지 TV를 볼 수 있도록 돼있다. 출고될 때부터 차량에 내장된 DMB는 기어를 D(주행)에 놓으면 자동으로 화면이 꺼지도록 돼있지만, 카센터에서 얼마든지 불법 개조가 가능하다. 경기도 용인의 J카센터 관계자는 “‘배선’ 하나만 제거하면 되기 때문에, 2~3시간이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운전자가 따로 설치하는 외장형 DMB의 경우 대부분 버튼 하나만 누르면 얼마든지 TV 시청을 할 수 있다.

    • 규제조항도 없어=미국이나 일본, 호주 등은 차량용 화상표시장치에 대한 규제법규가 명문화되어 있다. 미국 일리노이, 버지니아, 오리건 주 등에서는 길 안내를 위한 내비게이션을 제외한 DMB 등 화상표시장치를 운전석 앞쪽 혹은 운전자의 가시권에 설치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범칙금 100달러(9만원)를 부과한다. 길을 찾기 위한 내비게이션도 주행 중에는 아예 조작을 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일본은 2004년 도로교통법 제71조에 ‘주행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거나 차량에 부착된 화상표시용 장치를 볼 수 없다’는 조항을 삽입, 이를 어길 경우 벌점 1점과 범칙금 2000~7000엔을 부과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차량 내의 내비게이션, DMB 등 화상표시장치를 규제하는 법규가 없다. 차량 내 통신장치에 대한 유일한 규제는 2001년 신설된 ‘운전 중 휴대폰 사용금지’(벌점 15점, 범칙금 3만~7만원) 조항뿐이다. 휴대전화 통화보다 훨씬 위험한 차량 내 DMB에 대한 대책은 전무한 셈이다. 2005년 김충환 의원(한나라당)이 ‘주행 중 DMB 시청’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