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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코닥의 저가형 프린터 잉크에, 대응하는 HP.

by 해찬솔의 신학 2007. 8. 30.
코닥의 저가형 잉크 카트리지 전략에 HP가 잉크 상품 다변화로 화답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갈 전망이다. HP는 최근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넓힌 새 잉크 카트리지 제품군을 발표했다.
지난달 기자는 ‘코닥의 프린터 시장 도전’이라는 글을 통해 ‘값싼 프린터에 비싼 잉크’라는 오랜 관행을 타파하며 ‘반값 잉크’에 승부수를 던진 이스트먼 코닥의 행보가 업체 간 경쟁을 유발하고 소비자 혜택으로 이어지길 기대했다. 한 달여가 지난 지금, 기대는 벌써 현실화되고 있다. 프린터 시장의 최강자 휴렛팩커드(HP)가 ‘잉크 카트리지 품목 다양화’라는 대응책을 들고 나왔다.

지난 주 HP는 △용량이 적지만 저렴한 표준형(Standard) △비싸지만 대용량이고 장당 출력 비용도 줄인 가치형(Value) △전문 사진사처럼 특정 이용자에 최적화된 전문형(Specialty) 등으로 잉크 제품군을 다양화한다고 발표했다.

이제 출력을 많이 하지 않는 소비자는 굳이 비싼 잉크를 사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다출력 이용자들에게도 가치형 잉크는 상당히 매력적인 선택이다.

물론 이번 정책 변화로 HP 잉크의 가격 자체가 내려간 것은 아니다. 또 가장 싼 표준형조차 코닥의 잉크보다는 비싸다.

기존 프린터 이용자들은 바뀐 정책의 혜택을 보지도 못한다. 하지만, HP가 프린터마다 한 종류의 호환 잉크만을 공급하던 기존 정책에 변화를 줬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이유야 어찌됐건 HP가 소비자들의 의중을 살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HP가 현명한 판단을 한 것 같다. 코닥의 저렴한 잉크에 가격 경쟁으로 맞불을 놓는 대신 ‘소비자 선택 다양화’라는 세련된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이번 정책이 코닥에 대응, 급조된 것만은 아니라는 믿음도 가져본다.

향후 소비자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사실 그동안 소비자들은 대안이 없었을 뿐 프린터 업계의 고가 잉크 정책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때문에 코닥이라는 대안이 만족할만한 품질까지 보여준다면 기존 업계에 대한 반발 심리가 코닥 제품 구매로 이어질 개연성은 충분하다.

새로운 시도에 박수를 보내는 것인지 몰라도 언론들 역시 코닥에 대해 괜찮은 점수를 주는 분위기다. 며칠 전 월스트리트저널은 코닥의 새 프린터에 합격점을 주는 테크 칼럼을 게재하기도 했다. 과거의 주력 사업 부문을 잇따라 매각하고 프린터 시장 집중을 외치는 코닥의 공격적인 행보가 소비자들에게 보다 많은 혜택을 안겨주길 바란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