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목사 ‘제암리 사건’ 규탄詩, 1919년 日기독신문에 게재 |
[2010.03.01 22:06] | ||
![]() 돌연 총소리 한 발, 두 발 회당은 잠시 후 잿더미로… 일제시대 일본인 목사가 제암리 주민을 학살한 조선총독부를 규탄하고 조선인 희생자를 위로한 시를 쓴 사실이 처음 드러났다. 이 시는 일본 기독교 신문에 대서특필됐다. 김문길(65) 부산외국어대 일본어학과 교수는 “최근 일본 헌책방에서 찾은 자료집에서 제암리 사건을 신랄하게 비판한 사이토 이사무(齋藤勇) 목사의 시 ‘어느 살육 사건’을 발견했다”고 1일 밝혔다. 김 교수가 찾은 자료집은 일본 기독교 출판사인 신교출판사가 1984년 출간한 ‘일·한 기독교 관계사 자료’다. 시는 자료집 본문 539쪽 가운데 461∼462쪽에 자료 사진과 함께 전문이 실렸다. 사이토 목사의 시는 일본 기독교 신문 ‘복음신보’ 1919년 5월 22일자 1면 머리기사로 지면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복음신보는 당시 일간지 ‘기독교세계’, 월간지 ‘신인(新人)’과 함께 3대 기독교지에 든 유력 초교파 일간지로 1880년대 후반 창간됐다. 김 교수는 “제국주의가 득세하던 당시 일본 정부를 비판하는 시가 일본 신문 1면을 도배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사이토 목사는 시에서 제암리 사건을 1차 세계대전 중 벌어진 아르메니아인 학살이나 구세주 탄생을 두려워한 유대왕 헤롯이 베들레헴 유아를 살해한 사건 같은 대량 살육에 빗댔다. 그는 ‘영원의 평화를 기도하는 회중에 생긴 일’이라는 표현으로 학살의 부당함을 꼬집었다. 사이토 목사의 시를 우리말로 옮긴 김 교수는 ‘영원의 평화’는 조선의 독립을, ‘기도하는 회중’은 조선인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시 중반 ‘그곳은 한적한 시골/ 목조로 지은 조그만 교회가 서 있었네/ 흰 옷 입은 순박한 농민들/ 어떤 이는 중병을 앓는 아버지를 떠나/ 어떤 이는 만삭인 부인을 두고’라는 대목은 제암리에서 무고한 조선인이 희생됐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이어 학살 현장을 묘사한 시구는 참담한 심경을 드러낸다. ‘돌연 총소리 한 발, 두 발…/ 회당은 잠시 후 잿더미로 변한 곳 (중략) 타는 불꽃은 창밖으로 새 나오니/ 관헌의 독수에 타버린 망국 백성을/ 서양 사교를 믿는 자로 매도하니/ 소름끼치고 떨려/ 죽은 시체는 타지도 않네.’ ▶사이토 이사무, ‘어느 살육 사건’ 전문 ▶[관련기사] 日기독교 ‘한일합방’ 찬반 팽팽…우치무라 간조 “조선은 일본 이기는 기독 국가 돼라” 사이토 목사는 시 말미에서 제암리 사건을 왜곡하거나 은폐한 일본 언론을 비판한다. 시구대로라면 일본 신문은 독립운동을 ‘조선 기독교도가 일으킨 소동’ ‘해산을 명하는 관헌에 대한 반항’이라고 비틀어 제암리 학살을 정당화했다. 심지어 제암리 희생자를 ‘폭동을 일으켜 죽은 자’라고 썼다. 사이토 목사는 침묵하는 언론을 꼬집고 학살된 제암리 주민을 위로하며 시를 맺는다. ‘또 어떤 신문은 일언반구도 기록하지 않으니/ (조선인 희생자는) 차가운 아침 봄바람에 떨어진 꽃 같을세.’ 사이토 목사는 복음주의 교인으로 알려져 있다. 김 교수는 “당시 일본 교인 가운데 약 10%에 불과한 복음주의자들은 제국주의를 지지하는 대부분 교회에 맞서 양심의 소리를 냈다”며 “제암리 사건이 무참한 살육에 지나지 않음을 고발한 사이토 목사의 시는 이러한 맥락에서 쓰였다”고 말했다. ◇Key Word 제암리 학살 사건 일본군이 1919년 4월 15일 경기도 화성시(당시 수원군) 제암리에서 마을 주민 수십명을 교회에 몰아넣은 뒤 총을 쏘고 불을 지른 사건이다. 그 해 3·1 독립만세 운동 직후 제암리 일대에서 벌어진 만세운동을 빌미로 일제가 벌인 보복성 만행이었다. 이 학살로 최소 29명이 숨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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