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교회는 정치교회인가 | 2008-02-22 18:24 |
감사하게도 연합뉴스 정천기 기자가 ‘한국 개신교는 권력에 중독됐나?’라는 제목으로 책을 소개하는 기사를 써주셨습니다.
이 기사가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에 소개되자, 3000개에 가까운 리플이 달렸습니다.
대부분 개신교와 그 지도자들을 비난하는 글이었습니다.
그중엔 촌철살인의 날카로운 비판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감정적이고 거친 리플이었습니다.
가슴이 아팠습니다.
교회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을 내가 더 부추기기만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솔직히 교회를 비판하는 얘기, 너무 많지 않습니까.
책은 물론이고 텔레비전에, 인터넷에 넘쳐납니다.
유행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저까지 거기에 한마디 더 거들고 싶은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썼던 것은, 정치와 유착된 교회의 모습을 보면서 누군가 이런 사실을 기록하고 경고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아무튼, 2007년의 대통령 선거에서는 제가 책에서 비판한 ‘정치교회’의 행태도 극심했지만, 성숙한 자세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교회 안에 있었습니다.
그런 양식있는 목소리가 교회 안의 침묵하는 다수의 목소리였다고 저는 믿습니다.
또 대선이 끝나고 나면 정치 교회와 정치 목사들도 목소리를 낮추고 교회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가졌습니다. 하지만, 저의 기대와 어긋나게, 대선이 끝난 뒤에 현실 정치에 뛰어들려는 개신교 세력이나 교회를 유혹하려는 정치 세력의 움직임이 더 노골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이명박 당선자가 출석하는 서울 신사동 소망교회가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습니다.
대선 이후 소망교회를 둘러싸고 벌어진 몇가지 소동을 소개하면서, 교회와 정치의 관계를 간략하게 짚어보겠습니다.
1. “저 소망교회 안 다닙니다.” 한국 정치의 중심지인 국회 본회의장 대형 스크린에,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출석하는 서울 신사동 소망교회의 모습이 등장했습니다. 2008년 2월4일이었습니다.
대정부 질문을 위해 단상에 오른 대통합민주신당 강혜숙 의원은 대형 스크린의 소망교회 사진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본 의원이 대통령직인수위에 참여한 인사들을 분석해 보니, 이명박 당선인을 비롯해서 이경숙 인수위위원장, 곽승준 기획조정위원, 강만수 경제1분과 간사 등 네 개의 비중 있는 자리가 당선인이 다니는 소망교회 신자들입니다.
24명의 인수위 인사들 중 거의 절반인 10명이 기독교 신자이며, 그 중에서도 16.7%에 해당하는 4명이 소망교회 출신입니다. 그렇죠?
그야말로 ‘특정 종교’ ‘특정 교회 코드 인사’ 아닙니까? 당선인이 다니는 소망교회 출신 인사들이 인수위의 노른자위를 고스란히 차지하고 있는 너무나 치졸한 코드 인사가 국민통합을 저해할지도 모른다는 국민들의 우려에 대해 장관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인간은 종교를 통해 사랑과 용서를 배우며, 고난으로부터의 해방과 마음의 안정을 얻습니다. 그만큼 모든 종교는 인간에게 소중한 것입니다.
며칠 있으면 대통령에 취임하실 분이 자신의 교회 사람들을 권력 핵심부에 중용하는 ‘끼리끼리 코드 인사’를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계속한다면, 국민적 저항을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며칠 뒤, 소망교회 교인으로 지목된 곽승준 고려대 교수가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최근 일부 언론에 본인이 소망교회 교인으로 보도됐습니다.
그러나 저는 소망교회를 다닌 적도 없고 교인인 적도 없습니다.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가 자칫 당사자인 본인뿐만 아니라 새정부 출범에 오해와 억측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만큼 자제를 당부 드립니다.
재발할 경우 단오하게 대처할 것임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망교회가 정치적인 쟁점으로까지 떠오른 이유는 간단합니다.
인수위원장, 청와대 수석 참모, 경제담당 부총리까지 소망교회 인사들이 차지했기 때문이죠.
이명박씨가 소망교회 출신 인사를 이렇게 노골적으로 등용하리라곤 누구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새롭게 떠오르는 권력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던 세간에선 소망교회가 새로운 권력의 중심이라며 수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한 주간지 기자가 저에게 물었습니다.
“이명박 당선자가 소망교회 인사들을 발탁하는게 수상하다.
단순히 주변의 인물을 실용적으로 기용하는게 아니라 기독교를 중심으로 하는 한국 보수 세력에게 일종의 충성 서약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
저는 지나친 확대해석이라며 웃고 넘어갔지만, 그 기자는 자신이 구성한 음모론을 포기하지 않는 표정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그 음모론이 왜 타당성이 없는지 조금 살펴보겠습니다.
소망교회는 솔직히 말해 한국 개신교나 보수세력의 중심이 될만한 그런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개신교계에서만 따져봐도, 소망교회의 역사적인 무게나 대표성으로 보자면 영락교회에는 한참 못 미칩니다.
30년을 갓 넘긴 연륜은, 100년의 역사를 가진 교회들이 즐비한 한국 개신교에서 명함을 내밀 바가 못됩니다.
외형으로 봐도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물론이고 같은 교단의 명성교회와 비교해도 4분의1 정도에 불과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교회 성장 프로그램이나 부흥회와도 거리가 멉니다.
소망교회는 이런 이벤트 없이 대형교회로 성장했다는 걸 자랑으로 삼고 있는 교회입니다.
정치 성향으로 봐도, 소망교회는 한국의 보수세력이 선호할만한 교회는 아닙니다.
소망교회는 북한 돕기에 아주 적극적입니다.
매년 수십억원을 들여 평양 과학기술대학 설립을 추진해왔고, 중국의 연변과학기술대학 창립도 주도했습니다.
“소망교회 같은 대형교회에서 그정도 지원하는 건 쉬운 일 아니냐.”고 하실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교회 안에서도 대북 지원에 너무 많은 돈을 써서 교회가 휘청거릴 정도라고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반면 소망교회가 소속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이 적극 나섰던 사립학교법 재개정 문제에는 그다지 활발하게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첫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윤영관 서울대 교수 같은 이들이 소망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것만 봐도, 소망교회의 정치 성향을 칼로 무 자르듯이 간단히 얘기할수 없다는 걸 알수 있습니다.
소망교회는 설교 시간에 정치 얘기를 하는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소망교회를 설립한 곽선희 원로목사는 설교 중에 세속적인 얘길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곽 목사를 이어 소망교회에 부임한 김지철 목사도 마찬가지입니다.
2007년 대통령 선거 당시에도 주일 예배에서 대표 기도를 한 장로가 이명박 후보의 당선을 공개적으로 기원하다가 선거관리위원회의 경고를 받은 적은 있지만, 설교나 교회활동을 통해 선거와 직접 관련된 얘기가 나온 적은 거의 없습니다.
이명박씨가 교회 안에서 특별대우를 받은 것도 아닙니다.
소망교회에선 교회 장로가 되려면 누구든 교인의 3분의2 이상의 표를 얻어야합니다.
교회 초창기부터 출석했던 이명박씨도 장로 선거에서 한차례 떨어졌습니다.
이명박씨는 그 바쁜 국회의원 시절 매주 일요일 새벽 교회 앞마당에서 주차 관리를 한지 3년만에 장로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단지 이명박씨가 출석하고 있고 이 교회 출신 인사들이 이명박 정부에 등용됐다는 이유만으로 ‘소망교회는 보수의 본거지, 한국 정치교회의 대표 주자’라는 식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기독교계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인거죠.
사실 교회를 향한 비판 중에는 이렇게 알고 보면 침소봉대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저도 기자로서 남을 비판하는 기사를 많이 씁니다만, 비판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어설프게 했다가는 오히려 무시 당하기 마련입니다.
사실 관계가 틀리거나 감정이 앞선 비판은 공감을 얻지도 못할 뿐더러, 문제를 해결하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앞서 강혜숙 의원이 곽승준 교수를 소망교회 교인이라고 비판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특정 종교와 교회 출신 인사들이 등용되는 것이 국민 통합을 저해한다”는 강 의원의 비판은 적절한 지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애꿎은 곽 교수를 그 속에 끼워넣는 바람에 겸연쩍게 되어버렸습니다.
2. “장로님이 대통령 됐다고 좋아했는데…”
그럼 대통령이 된 이명박씨가 소망교회 인물을 등용하는 것은 ‘실용적인 인사’일 뿐 별 문제 없는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아닙니다. 오히려 교회의 정치 참여 중에서도 가장 안 좋은 사례라고 할수도 있습니다.
다시 소망교회의 얘기로 돌아가봅시다.
소망교회의 특징을 꼽자면, 잘나가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서울 강남의 대형교회라는 점입니다.
교인의 98%가 대학졸업자고, 정치계 뿐만 아니라 학계 재계 연예계까지 각계의 유명한 인사들이 대거 출석하고 있다는 정도로 설명할수 있습니다.
소망교회 교인들 중 정계의 대표적인 인물이 이명박씨라면, 학계로 말하자면 대학교수는 헤아릴수도 없고 이배용 이화여대 총장을 비롯해 대학총장만 10여명에 이릅니다.
재계에선 박태준 전 포항제철 회장이 대표적인 인물이고, 연예계에선 배우 최지우 김태희씨 등이 있습니다.
이 이름들만으로도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 집단이라고 할만 합니다.
노골적으로 정치 선동을 일삼았던 진짜 정치교회, 정치 목사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소망교회가 이명박 후보에게 무관심했던 것도 아닙니다.
소망교회 교인들 사이에서 이명박 후보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사람이 다수를 이룬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죠.
실제로 대선 전인 2007년 10월3일 소망교회에서 열린 ‘교회 설립 30주년 기념 리더십 특강’에서 이명박씨가 등장하자 교인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내면서 환호했습니다.
강연이 끝난 뒤에도 교인들은 이명박씨 앞에 줄을 서서 사인을 받으며 “모세와 같은 지도자가 되어달라”고 기원했습니다.
소망교회 교인들이 이명박씨에게 환호를 보낸 것은, 그의 정치 철학에 공감해서도 아니고 그의 이념 성향이나 정책이 맘에 들어서도 아니고, ‘우리교회 장로님이시니 어련히 잘 하시겠어.’라는 소박한 믿음 혹은 신뢰 때문이었다고 봅니다.
이게 왜 문제일까요.
소망교회 교인이니까 믿는다는 심리, 이게 대통령이 중요한 자리에 소망교회 교인을 등용하면서 ‘선출되지 않은 사적 집단’이 공적인 정치 세계를 좌우하는 카르텔이 돼 버렸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의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른 것입니다.
그것도 대한민국의 최고 엘리트들이 모였다는 집단이 같은 교회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유착하는 것은, 공적인 자리인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소망교회 교인이라는 극소수 엘리트들의 사적인 이익을 위한 자리로 변질시킬 위험이 큽니다.
벌써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2007년 2월13일 한나라당 소속으로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공천을 신청한 김장수씨라는 분이 기자들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보도자료 제목은 ‘김장수 후보, 대통령 당선인과 같은 교회 다녀 화제’였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대통령직 인수위 상임자문위원 김장수 한나라당 예비후보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도 같은 소망교회를 다니며 이 당선인과의 각별한 인연을 쌓아왔다.
김 후보는 소망교회 주일학교 교사로 봉사활동을 하는 등 독실한 신앙심을 유지해왔다. 유학시절 학업에 전념을 하면서도 교회 예배나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애정 또한 남다르다.
이명박 당선인이 장로로 있는 소망교회는 이명박 정부의 새로운 인재풀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교회를 중심으로 한 인맥으로 이경숙 전 숙명여대 총장 등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입성하며, 새 정부 요직에 서도 중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소망교회에 오랫동안 출석해왔다는게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되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김장수씨가 국민들에게 “제가 소망교회에 다니니까 공천 받았거든요. 국민 여러분 저를 찍어주십시오.”라고 할수 있을까요?
이명박씨에 앞서 대통령을 역임한 노무현씨는, 이른바 386이라고 하는 80년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을 주변에 배치해 많은 논란을 빚었습니다.
그나마 386은 민주화 운동을 통해 우리 사회의 발전에 기여한 바가 있고, 그들의 신념과 역경에 국민들이 공감하는 바가 있는 집단입니다.
노무현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은 국민들의 선택과 386 측근의 등용은 통하는 바가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들이 공적인 권력의 범위를 넘어선 전횡을 일삼았다고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까.
소망교회 출신이라는 건 어떻습니까.
국민들이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택한 것은, 그가 소망교회 출신이기 때문입니까.
소망교회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소망교회 출신이니까 정부 요직에서 중용될 것’이라고 말하고,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그를 대통령으로 뽑아준 유권자들의 뜻을 저버리고 ‘소망교회’라는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 집단을 위해 권력을 이용하겠다는 꼴이 되는거죠.
또 다른 사례를 들어보죠.
2008년 새해가 된지 며칠 지나지 않은 어느날, 중년의 한 여성이 신문사로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소망교회 근처에 있는 어느 작은 교회에 출석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화가 나 있는 목소리였습니다.
“10년 넘게 우리 교회에 다니던 분이 얼마전 소망교회로 가버렸다.
새벽기도까지 그 교회로 다니고 있고, 대문에 붙이는 교회 표찰도 소망교회로 바꿨다.
언론에서 연일 소망교회 얘기만 나오고, 소망교회 사람들이 권력 실세로 주목받는 분위기 때문인 것 같다.
처음 이명박 장로님이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좋아했는데, 이건 아니다.”
실제로, 이 전화 뒤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뒤 소망교회의 교인 수가 급격히 늘었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1월13일에는 하루에 145명이 새신자로 등록했다. 평소 20∼30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폭발적이다.
2007년 5월6일부터 2008년 1월20일까지 총 38주치 소망교회 주보를 입수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12월19일 대통령 선거일 전까지 소망교회의 주 단위 평균 새 신자 수는 35.8명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장로’의 대통령 당선 직후인 1월6일엔 101명, 13일엔 145명, 그리고 20일엔 68명으로 크게 늘었다.”
(주간동아 강지남 기자의 2월6일자 ‘이명박 장로가 있기에… 소망교회 새 신자 눈에 띄네’ 기사)
대선 이후 소망교회에 나오기 시작한 사람들 중에는, 대선기간 내내 수차례 ‘이명박 후보 지지 성명’을 발표했던 모 보수단체 상임대표와 이명박 대선 캠프에서 한반도 대운하 홍보 업무를 맡았던 이들도 있었습니다.
세상의 정욕을 털어내고 영원한 구원을 얻는 곳인 교회가, 세상의 욕망과 출세를 위한 장소가 되어버린 꼴입니다.
소망교회에서 주차 안내를 하다 만난 두 사람이 한명은 대통령으로, 또 한명은 장관으로 올라서면서부터 이미 예고된 일이었습니다.
(대선 이후 소망교회를 찾은 분들이, 애초 어떤 목적으로 교회를 찾아왔든 간에, 교회에서 성경 말씀을 배우고 성숙한 신자들과 사귀면서 진실한 믿음을 가지게되길 바랍니다.)
이런 모습이 계속되면, 소망교회를 보는 시선이 어떻게 될까요.
‘한국 사회를 이끄는 리더 집단’이라고 볼까요,
아니면 ‘교회를 통해 자기 이익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모인 이기적인 집단’
혹은 ‘한국 사회의 이익에 반하는 기득권 집단’ 더 나아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집단’으로 볼까요.
소망교회 교인을 등용한 것은, 그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불신을 받았거나 자신들의 능력이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했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러니 그 테두리에 속하지 못한 사람이 곱게 볼 리가 없겠지요.
3. 한국교회의 유혹 소망교회의 문제는 소수 엘리트 집단의 문제입니다만, 한국 교회 전체로 보면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한국 교회 전체가 정치를 향한 욕망으로 들끓고 있다는 점입니다.
벌써 그 욕망이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나는 법입니다.
한국 교회는 실정법과 여러 면에서 부딪치고 있습니다.
목회자들의 근로소득세 납부 문제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만,
그밖에도 교회 시설을 화재에 대비해 불이 붙지 않는 소재로 내부를 단장해야하는 소방방재법의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는 문제,
교회 소유의 부동산에 종합부동산세를 적용하는 문제,
사립학교법과 사회복지법인 관련법 상의 개방형 이사제를 교회 소속의 기관에 적용하는 문제 등등
크고 작은 현안이 많습니다.
교회 입장에서 보면, 개신교인 한 두사람이 정권의 요직에 등용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문제입니다.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목소리 높여 외쳤듯이, 한국 교회가 각종 법 개정 과정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사회 구성원의 일부로서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사안도 있겠지만, 교회만의 특혜를 바라는 사안도 있을 것입니다.
과연 ‘장로 대통령’을 배출한 교회가 그 권력을 이용해 특혜를 더 얻고자하는 욕망을 포기할수 있을까요.
오히려 이 모든 것이 손에 잡힌 듯 안달을 내며 사회의 공공선보다 교회의 작은 이익에 집착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소망교회라는 하나의 개교회가 문제가 아니라, 한국 개신교회 전체가 기득권 집단으로 낙인 찍힐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또 하나는 정당입니다.
과거보다 더 크고 조직적인 개신교 정당을 만들기 위해 기독민주당 인사들과 유명 목회자, 뉴라이트 운동을 해온 개신교인 들이 한자리에 모이고 있습니다.
텔레비전 설교와 오락프로그램 출연으로 유명세를 얻은 장경동 목사와, 2007년 대선에서 노골적인 이명박 후보 지지 발언으로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거사범으로 고발한 전광훈 목사가 주축이 된 ‘사랑실천당’은 전국에서 100만명 이상의 당원을 확보하겠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습니다.
2004년 총선에 참여했던 기독민주당의 최수환 장로와, 역시 대선 대 이명박 후보 지지 입장을 밝혔던 한국미래포럼도 사랑실천당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대선에 출마했던 정근모 전 명지대 총장과 그가 창당한 참주인연합도 합당 혹은 연대를 희망하고 있답니다.
통일교에서 오랫동안 준비해온 평화통일가정당이 2008년 총선에 대규모로 후보를 등록하겠다고 나선 것은 불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되었습니다.
개신교계에서 정당 결성에 부정적이던 이들까지도, 통일교에 대항할수 있는 조직으로 사랑실천당 같은 곳이 있어야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게된 것입니다.
어쩌면 사랑실천당이나 평화통일가정당이나 선거를 종교간의 대결 양상으로 전개시키면서 개신교인들의 표와 반개신교 표를 모으려는 상황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꼽아보면 교회가 권력을 가져야하고 정치를 이용해야하는 이유가 너무나 많습니다.
교회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교회 바깥에서 오는 도전과 비판으로부터 교회를 사수하기 위해, 교회가 정치 권력을 가져야한다는 유혹이 점점 강렬해지고 있습니다.
어차피 인류의 역사에서 종교와 정치가 분리된 적은 없었습니다만,
시민의 참여를 바탕으로 한 민주사회를 지향하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교회에도, 한국이라는 공동체에도 위험한 일입니다.
세상의 욕정을 넘어서고 세상을 구원해야할 교회가 오히려 욕망과 세속적인 권력에 더 집착하고 있는 것은 본분을 잃은 것입니다.
한국 사회도 민주주의의 열매를 개신교인, 그것도 정치교회와 정치 목사라는 극소수 세력들이 차지하려는 것은 갈등과 분열을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4. 정치는 정치요 교회는 교회다
교회는 교회의 자리로 돌아가야합니다.
그 자리는 경건과 절제의 자리입니다.
영성 운동에서는 경건과 절제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절제는 하나님이 원하지 않는 것을 하지 않는 것, 경건은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을 하는 것.’
경건과 절제를 실천하려면, 눈 앞의 어지럽고 시급한 상황에 현혹되지 않고 가장 본질적이고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성찰할수 있는 영적인 능력이 필요합니다.
자신을 성찰하고 권력에 대한 욕망을 놓아줄수 있는 영적인 힘이 필요합니다.
사실 한국 사회도 교회가 그런 영적인 힘을 보여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교회 바깥의 한국 사회가 얼마나 종교적입니까.
황우석 사태 때 끝까지 황우석씨를 지지했던 이들의 모습은 종교를 믿는 사람들의 모습보다 더 광적이었습니다.
삼성그룹 비자금 사건에서 끝까지 재벌 총수를 보호하려는 삼성그룹 경영진들의 행태는 어떻습니까.
특정 정치인을 추종하면서 그의 잘못에는 눈을 감고 오히려 비판자들을 비난하는 모습도 종교와 비슷하지 않습니까.
2007년 대선 이후 민주노동당 내에서 벌어진 이른바 자주파 평등파의 대립은 종교의 이단 논쟁보다 더 팽팽했습니다.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이라는 교회의 구호에서 ‘예수 천당’ 대신 ‘황우석 천당’ ‘이건희 천당’ ‘통일 만세’ 같은 말을 집어넣어도 될 정도입니다.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종교적 현상을 넘어서, 진정한 초월과 화해의 경지를 세상은 갈망하고 있습니다.
한국 교회가 한국 사회를 구원하려한다면, 지금 교회는 그러한 경건과 절제를 실천하는 영적인 힘을 보여줘야할 때입니다.
한국 교회를 향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시점에, 교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또 한권 보태는 것도, 저 역시 그런 영적인 힘을 갈망하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변명이 될까요.
(정치교회 2판이 곧 나옵니다. 이 글은 좀더 다듬어져서 2판에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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